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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Jan 30. 2022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안락사'를 결정하기까지 보호자는 어떠한 생각을 할까

 산책을 나가려고 집 앞 복도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침 맞은편 집의 아주머니도 외출을 준비하는지 나와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나도 그 집도 개를 키우는 걸 알기에 항상 인사는 강아지의 안부로 시작된다. 그런데 오늘따라 기운이 무척이나 없으시다.


- "잘 지내시죠? 강아지는 요즘 어때요? 추운 겨울 잘 나고 있나요?"


- "아뇨. 오늘 보내주려고 지금 가는 중이에요. 요즘 들어 너무 힘들어해서...."


 가장 무거운 순간을 어쩌다 마주치게 되었다. 생각보다 아주머니의 말투는 덤덤했었고 오히려 뒤의 아들로 보이는 친구들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집에서 놓고 온 것이 있다는 '이유'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지는 않았다. 분명 아주머니의 품에 이불로 감싸져 있던 친구가 그 친구겠지라고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바깥사람과 함께 산책을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키우던 '방울이'를 강아지 별로 보내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과 생각,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안락사'를 생각하면 강아지 친구보다 오히려 주인의 마음 아픔에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물론 강아지 친구들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해서 결정을 하게 되는 거지만 결정의 순간까지 보호자가 겪어야 할 아픔과 미안함,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 또한 만만치 않다.


 반려견이 아파서 병원을 다니게 되면 그 병원비가 엄청나다. 반려동물은 별도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근처나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울 경우 2차 병원으로 후송을 하게 된다. 2차 병원은 바로 진료를 볼 수 없고 1차 병원의 소견서가 있어야 진료나 치료가 이루어진다. 2차 병원은 아무래도 그 규모나 시설이 크고 좋은 만큼 24시간 집중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고 그 병원비 또한 만만치 않다. 전에 방울이의 신부전이 악화되었을 때도 집 근처 병원에서 2차 동물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일주일 조금 안 되는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때 비용만 내 월급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였다.

 당시 병원에서는 연명치료가 크게 의미가 없음을 나와 바깥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말했고 다음 면회에 우리는 방울이의 안락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안락사를 결정하기까지 크게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있었다. 


1. 강아지의 상태가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것

2. 호스피스를 선택할 경우 집에서 케어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3. 비용

4. 행복


 방울이는 급성 신부전으로 인해 신장의 80% 이상이 이미 그 기능을 다 했고 요독증으로 인해 혀가 빠르게 괴사하고 있었다. 신장은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장기라서 설령 치료를 한다고 해도 더 악화되지 않게 시간을 늘리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수분 섭취를 스스로 하기에 부족해서 24시간 내내 수액을 맞고 있어야 했다.  수액의 양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했다. 사람과 달리 링거 거치대를 본인이 들고 다니지를 못하니 집 안에서 이동 시에도 계속 같이 다녀야 하고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방울이가 움직이면 나도 덩달아 깨서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비용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어마어마하다. 부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행복'. 사실 이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생각이 많다. 과연 그렇게 불편하고 아픈 상태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온전히 보호자의 생각으로 결정되는 문제인데 참 어렵다. 지금도 의사와의 대화 중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 '애기가 많이 아팠을 거예요. 몸을 자주 웅크리고 있지 않았어요?'


방울이는 몸을 둥지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이 자세가 아플 때만 취하는 행동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웅크리던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 말은 하지 못하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안락사를 선택했고 나는 마지막까지 방울이의 곁을 지켜 주었다.


 지금 이별을 준비하는 입장이면서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친구를 생각하면서 반려동물의 '안락사'는 무척이나 무겁고 신중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안락사를 결정하는 많은 반려인들의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가슴 아픈 일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삶에서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무게는 다르겠지만 겪은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더 신중해졌고 주변에 반려동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쉽사리 권하지 않는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부디 그 결정까지 많은 상황들을 잘 고려하고 책임을 가졌으면 한다. 


어쩌다 보니 이웃의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부디 무지개다리 건너 도착하게 될 강아지 별에서는 아픔 없이 언젠가 만나게 될 주인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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