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이 이야기가 하기 싫었다.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을 것 같은 상처를 굳이 다시 건드려서 아픔을 느끼는 것 같다. 나에게는 21년의 여름이 그러했다. 쑥쑥 자라는 누룽지와 함께 루비의 상태를 가늠할 수가 없었던 여름. 심장질환 진단을 받고 아직은 서투를 수 있는 6개월 차 간병인.
출퇴근, 외출마다 흥분하는 루비를 보면서 불안 불안했는데 결국은 일이 터졌다. 역시나 흥분하다가 스스로 다리가 풀려버린다. 그리고는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회복이 좀 늦다. 안은 상태로 다리를 주물러 보지만 쉽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기도 놀랬는지 몇 번이고 짖어대지만 루비도 자기 생각만큼이나 몸이 따라주지 않나 보다.. 생각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지나가자 루비가 다시 스스로 일어섰다. 그런데 상태가 여간 나아지지 않았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다?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병원으로 갔다. 매번 하는 X-ray 외에도 초음파, 혈액 검사까지 했다. 결과는 늘 있던 쇼크와 더불어 이번에는 폐수종이 의심된다고 한다. 심장의 펌핑 기능이 아무래도 약화되다 보니 강아지의 몸에 잔류하게 되는 수분(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체내에 수분이 많으면 심장 운동에 부하가 가기 때문에 이뇨제를 통해 배출했는데, 이번엔 뭐가 좀 안 들었나 보다. 심장질환을 가지게 되면 예상할 수 있는 합병증이지만 막상 닥치니 눈앞이 캄캄했다. 루비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었던 이유는 폐에 물이 차서 호흡에 지장을 줘서 스스로가 불편하게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상담을 하다가 의사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마치 서서히 물에 잠겨가는 기분이었을 거예요. 익사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숨쉬기가 엄청 불편하거든요."
먹는 이뇨제로는 폐수종을 치료할 수 없어 입원을 권유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나 집사람이나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일단 아프지 않은 게 중요하니까. 이전에 방울이를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었는데 반려견의 입원비는 정말 어마 무시하다. 그 당시에는 2차 병원에다가 중환자실이었기 때문에 약 5일 동안 200만 원의 비용이 나왔다. 그러면서 집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럴 때 걱정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야."
주변에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나에게 키우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키우지 말라고 한다. 무턱대고 키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인 만큼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를 한다. 당장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돈 드는 것에 대해서 감당할 수 있겠냐고. 돈뿐만이 아니다. 생활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나는 아기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비슷하지 않을까. 밥을 주고 배변을 책임지는 기본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 혹여나 어딜 나가더라도 항상 반려견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게다가 혹시나 아프기까지 하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인이 결정해서 데리고 온 만큼 반려견의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
아무튼 루비는 약 3일 정도 입원을 해서 조금 강한 강도의 이뇨제를 투입하고 산소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집 근처의 병원에서 조금 먼 24시간의 병원으로 옮겼다. 아픈 루비를 홀로 남겨두고 오는 길은 어색하다. 부디 치료를 잘 받아 다시금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집에 돌아가니 혼자 있어 심심해했을 누룽지가 반겨준다. 태어나고 줄곧 루비랑 함께 지내서 혼자 있을 때 걱정이 되긴 하지만 기우다. 오히려 루비보다 분리불안 증상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루비가 없는 일주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