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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May 05. 2022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3

함께 살았던 흔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집사람이 문득 이야기를 꺼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났다고.


- "어떻게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 "보낸 지는 좀 되었는데,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지 못했어요" 


 지난 2월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이웃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100일이 다 되어가지만 쓰던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밥그릇이며 옷, 목줄, 쿠션, 집까지.... 먼저 떠난 친구의 흔적을 마주하는 것은 오롯이 남은 자들의 몫이다. 가만히 있다가도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도 참기 힘든데 추억이 깃들어 있는 물건들을 보는 것은 정말 괴롭다. 


 몇 년 전 방울이를 보낼 때, 집사람은 집에 가자마자 물건들을 치웠다. 식기와 쿠션, 마지막을 함께 했던 담요며 그때 입고 있던 나의 옷까지 버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거니까 차라리 빨리 없애버리자며 다 차지도 않은 종량제 봉투를 그날로 버렸지만 후회는 없다. 집사람은 나를 잘 알고 있다. 분명 쥐고 있었다간 몇 날 며칠이고 질질 짜면서 정신을 차라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예전 사진도 출력해서 냉장고 앞에 붙여두고 그런다만 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슬픔에서 돌아오기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렸다. 한 달 정도는 아예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조차 없다. 그때 우리 뭐 하고 지냈어?라고 집사람에게 물어보면 본인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너무 힘든 사고나 일을 겪으면 머리가 그걸 아예 지워버린다고 하던데, 우리도 그런가 보다.

루비, 방울이, 누룽지가 잔뜩 있는 우리 집 냉장고. 가운데 자고 있는 친구가 방울이다.


사람마다 '정리'의 방법은 다 다를 것이다. 보낸 친구들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유골로 만드는 메모리얼 스톤, 루세떼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 털을 조금 잘라 보관하는 사람, 추억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나의 경우엔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물건을 버리게 되면 물건과 함께 추억들도 사라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아마 이웃집 아주머니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내가 그렇기에 그분의 마음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털고 일어나겠지. 조금 슬프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겠지. 함께 한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지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어쩌면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약이더라.

방울이를 떠나보내고 쿠션은 하나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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