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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Jul 09. 2024

우리 집 3대 양아치는 을사오적과 동급으로 대하겠노라

기본 매너가 가 족같은 가족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


이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나도 더러운 편인데, 왜 다른 식구들은 나보다 더러움의 역치가 더 높단 말인가!


깔끔한 남편이랑 사는 사람들도 나름의 피곤함이 있다고 하던데,

그건 못 느껴봐서 모르겠고

너저분한 습성의 인간들과 안 깔끔한 엄마가 함께 사는 이 집은

주말 동안 최악의 상태가 된다.


일요일 오후쯤, 무조건 터진다.

뭐가? 분노가.



나의 하루 중 가장 큰 행복인

아이스라떼를 마시러 얼음통을 열었다.

얼음통에는 얼음은 비어있고, 얼음 트레이에도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다.


마지막으로 얼음을 털어 먹은 인간이

다음 사람을 위해서 얼음트레이에 물을 넣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치우는 사람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얼음통에 물 넣는 사람도 따로 있는 것이었다.

이건 양아치다.


마지막으로 얼음 먹은 인간 누구냐고 소리를 지르자

뚱뚱한 귀염둥이 4학년 막내가 "엄마, 나는 아니야~ 난 얼음 안 먹어~" 하고 슝 지나간다.


너도 똑같아, 임마.

너는 양말 벗어놓잖아.


양말? 그래 양말.

대체 빨래통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 인간들은 양말을 벗어서 자기 놓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놓아둔단 말인가?

양말이 디퓨져인가? 향기를 뿌리려고 곳곳에 놓아두는 것인가?

이것도 양아치다.


화장실 청소를 남편한테 좀 해달라고 한지가 몇 년이 지났는데

이 인간은 화장실이 늘 깨끗해서 청소할 필요성을 못 느낀단다.

그래서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더러운 걸 못 참는 자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야 만다.

청소까지는 참을 수 있다. 청소는 내가 하고 다른 걸 시키면 되니까.


그런데 화장실 휴지롤이 갈색의 종이심을 보이며  

휴지걸이에서 나체의 몸을 수줍게 드러내고 있을 때에는

진심으로 인류애의 파멸을 느낀다.

마지막에 휴지 쓴 인간은 휴지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뒷사람은 어쩌라고 가만히 있는 건가?

다음 사람을 위해 창고에 있는 새 휴지를 바꿔 끼워 놓을 정도의 배려심도 없다는 것인가!

이것도 진짜 쌩 양아치다.


 


이 정도의 양아치 카테고리가 채워지자

주말 오후 모든 식구가 집에 있을 때

쩌렁쩌렁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수련회 교관 말투를 장착했다.

여러분의 행동에 따라 본 교관은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지금부터 우리 집의 3대 양아치를 명명하겠다.


1번. 얼음 먹고 빈 얼음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안 채우는 얼음 양아치 

2번. 양말 벗어서 거실, 화장실 아무 데나 던져놓는 양말 양아치 

3번. 화장실에 휴지가 다 되었는데도 다음 사람 엿 먹어라 그냥 나가는 휴지 양아치


얼양, 양양, 휴양을 우리 집의 3대 양아치로 정하고,

오늘부터 을사오적과 동급으로 취급한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사람들은 킹스맨에서 이것만 명대사로 기억한다.

그런데 진짜 명대사는 이 대사의 뒤에 나온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Do you know what that means?

무슨 뜻인지 아나?

Then let me teach you a lesson.

그렇다면 내가 알려 주도록 하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매너는 엄마가 만든다.


매너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다 죽었어.

을사오적 취급받기 싫으면 기본 매너를 지키란 말이야.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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