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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Oct 15. 2024

브런치에 전하는 큰 감사와 작은 제안

그냥 혼잣말이에요.


저도 가봤습니다.

팝업스토어 가서 "나도 작가다. 에헴!" 하고 싶어서 저도 가봤습니다.  

브런치에서야 댓글로 작가님, 작가님 들어봤지 (사실은 들었다기보다는 눈으로 본 것) 실제로 그렇게 불린 적은 한 번도 없었지 않겠습니까?

누가 저에게 현실세계에서 "작가님"이라고 소리 내어 불러주겠습니까?

그런데 팝업스토어에 가니, 입장부터 "작가님이세요?" 하시더니

"여기 작가님 들어가세요~!"라고 작가 카드 만드시는 분께 큰 소리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처음 들었어요.

음성으로. 현실에서. 산 사람에게.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씰룩씰룩했는데 사진 찍을 때도 참지 못하고 씰룩씰룩거려서 안면비대칭 사진을 찍고야 말았습니다. 젠장. 그래도 훌륭한 굿즈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 출신 작가님들의 많은 책들을 보면서, '나도 저기 한 권 꼭 올리고 싶다'는 초등학생 같은 장래희망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평생 일기 한 장 제대로 써 본적이 없는데 출간할 꿈도 갖게 되다니 신기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나라에서 나도 글을 쓰는 작가라니.

작가의 여정을 만나러 한강을 건너서 왔다니.

이렇게나 특별한 한강이라니.


대낮에 술 안 마시고도 술 취한 감성으로 돌아다닐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브런치라는 글 쓰는 놀이터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다 쓰면 나오냐고 남들이 자꾸 물어보는데, 글을 써도 돈은 안 나오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큰 감사를 전하면서 저의 작은 제안을 몇 가지 써보려고 합니다. 관심 없으시겠지만 혹시나 누군가 보신다면 브런치 운영에 참고해 주시길 바라면서 귓속말로 제안합니다.



1. 선물하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에 순수한 마음으로 문학 소년, 소녀로서 글을 쓰는데 좋은 글에 '진짜' 돈으로 응원을 주고받는 것이 아무래도 좀 그렇습니다.

어차피 카카오와 연결되어 있으니 카카오톡 선물 기능을 넣어주시면 어떨까요?

진짜 '현금' 말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사드리고 싶은 작가님들이 많은데, 눈물이 글썽하는 댓글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은데,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해 준 글을 쓰신 작가님께 응원을 보내고 싶은데, 봉투를 건네는 것은 뭔가 좀 모양이 안 삽니다. 가볍게 커피 한잔 정도 사고 싶은데, 오천원을 달랑 보내기도 어렵고요. 글로 아무리 큰 감동을 받았다 한들, '이만원이면 책도 사는데' 하는 생각에 얼마 이상의 진입장벽도 있고요.

응원하고 싶은 글이 있어도, 그 글과 저의 감동에 돈으로 값을 매기는 것 같아서 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커피 한잔에도 실어 보낼 수 있게 해 주소서.



2. 브런치북 제목을 조금 더 길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북 제목은 18자 이하로 제목 길이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브런치북의 제목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아무거나 쓰다보면 에세이가 되겠지요>였는데 글자수 제한에 걸리더라고요? 할 수 없이 <아무거나 쓰다보면 에세이가 될지도>라는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심지어 '쓰다보면'은 '쓰다 보면'이 맞습니다. 저렇게 하긴 했는데,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수(數)적으로 딱딱 맞아떨어져야 마음이 편안한 강박증이 있는 저로서는 아주 불편합니다. 제일 뒤에도 네 글자였으면 좋겠거든요.


제가 브런치를 돌아다니다가 진짜 웃픈 사례를 봤어요. 그 브런치북을 직접 들고 올 수는 없으므로, 극단적으로 재현해 보자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제목은 긴데 줄여지지는 않으니 띄어쓰기 없이 다 붙여놓으셨더라고요.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저희가 무슨 이상 같은 천재도 아닌데 띄어쓰기를 해야 남도 제대로 읽어주고 뜻도 잘 전달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문제는 짧고 함축적인 제목을 못 뽑는 저의 부족한 문학적 능력이죠. 그렇지만 저희 같은 초보작가들은 단어 하나만 있는 짧은 책 제목으로는 매력을 뿜뿜 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하얼빈>, <태백산맥>, <모순> 이런 제목 멋있고 좋아요. 저희가 <베이징>, <소백산맥>, <역설> 같은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에는 아직 공력이 딸립니다. 시나 소설은 가능해도, 브런치에 있는 대부분의 에세이는 긴 문장형 제목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긴 제목을 허용해 주옵소서.


재미있는 거 하나 더 보여드릴게요. 긴 제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로빈슨 크루소의 원제를 아시나요?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가까운 무인도 해변에서 28년 동안 홀로 살다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그려낸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
(The Life and Strange Surpriz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 Who lived Eight and Twenty Years, all alone in an un-inhabited Island on the Coast of America, near the Mouth of the Great River of Oroonoque; Having been cast on Shore by Shipwreck, wherein all the Men perished but himself. With An Account how he was at last as strangely deliver'd by Pyrates)- 줄여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의 원제는요?

"세계의 여러 외딴 나라로의 여행기. 네 개의 이야기. 처음에는 외과 의사이다 여러 배의 선장이 된 레뮤엘 걸리버 지음"
(Travels into Several Remote Nations of the World. In Four Parts. By Lemuel Gulliver, First a Surgeon, and then a Captain of Several Ships) - 줄여서 걸리버 여행기


유토피아.

"가장 좋은 국가 통치 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한 진실이 담긴 황금 같은 책자"
(Libellus vere aureus, nec minus salutaris quam festivus, de optimo rei 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 - 줄여서 유토피아


방법서설.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 있어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서설, 그리고 이 방법에 관한 에세이들인 굴절광학, 기상학 및 기하학"
(Discours de la méthode pour bien conduire sa raison, et chercher la vérité dans les sciences Plus La Dioptrique, Les Météores et La Géométrie qui sont des essais de cette Méthode) - 줄여서 방법서설


종의 기원.

"자연 선택의 방법에 의한 종의 기원, 즉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종족의 보존에 대하여"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 줄여서 종의 기원



어때요? 데카르트나 다윈도 제목은 못 줄입니다.

제목 길이 조금 늘려주실 만하죠?

브런치 북 제목이 띄어쓰기 제외하고 4·4 =16자는 들어가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시조도 3·4나 4·4조...ㅋㅋ) 제목이 길어서 책 제목이 조그맣게 보이거나 중간에 잘려서 보이는 것은 저자가 감당해야 할 몫 아닙니까?



3. 실시간 맞춤법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돈이 많이 들어가나요? 돈 많이 들어가면 안 들어주셔도 됩니다. ㅋㅋ

브런치스토리의 맞춤법 검사는 진짜 좋습니다. 글자수 제한도 없고요. 맞춤법 무지랭이들이 대망신을 안 당하도록 안전장치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차피 브런치는 웹으로 접속한 상태에서 글을 작성해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맞춤법을 체크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하시지 않는 작가님들도 있을 것이니 <한글>처럼 <맞춤법 체크 on/off 기능>을 추가해 주시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안 해주셔도 됩니다. 맞춤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글 쓰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지금으로도 충분히 합니다요. 헤헷.


브런치북 소개글 쓸 때는 되던데.. 보통 글 쓸 때도 작동했으면..ㅎㅎ


4. 예약 기능 분단위도 조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약 발행의 시간 조정 화면에, 분도 있어서 분도 움직이는 줄 알고 몇 번이나 속았는지 모릅니다. (저 말고도 여러분 계시죠? ) 저희는 모두 문학 소년들이라 감성이 남다른데, 새벽감성으로 1시 40분쯤에 꼭 올리고 싶은 글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작가님들이 많이 올리시는 시간대가 있는데, 00시, 7시, 8시에는 글 알림이 몰려서 하나씩 읽고 싶다가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쉬워요.

혹시 관계자님도 저처럼 수(數) 강박이 있으신가요?

분단위로 올라오는 글은 불편하신가요..?

이것도 뭐.. 큰 불편은 없으니 안 해주셔도 됩니다. ㅎㅎ



5. 알림 방해금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브런치에서 오는 라이킷, 구독, 댓글 알림은 항상 저를 기쁘게 합니다. 다른 작가님들께도 최고가는 도파민일 텐데요. 밤에는 자동으로 알람을 금지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근처럼요. (비교해서 죄송..)

제가 알기로는 여기 브런치에 불면증인 작가님들도 상당수 계시거든요. 힘들게 꿈나라 가셨는데 브런치 알람이 오면 (물론 기쁘기는 하겠지만) 다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셔야 할 테니까요.






셋방 사는 주제에 뭐가 이렇게 요구사항이 많을까요?

돈도 안 받고 살게 해 줬더니, 전등 바꿔달라, 도배해 달라 요구사항이 많죠?

죄송해요. 그냥 그렇다고요.


그렇지만 지금도 너무 좋고요.

절대로 글이나 조회수나 구독자가 돈이 되는 일이 없도록,

아픔과 슬픔을 기록하는 글 중간에 광고가 끼어들지 않도록,

브런치에서 만큼은 순수한 글쟁이들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강으로 하루종일 떠들썩한 세상에서 한강을 건너며 내 이름을 탄천으로 바꿔볼까 생각함. ㅋㅋ


제가 오늘 2호선 타고 한강을 지나면서

'내 필명을 <탄천>으바꾸면, 흘러서 한강에 섞일 수는 있을까?'

라는 웃긴 생각을 했어요.


브런치 팝업에 가서는, '오? 나중에 브런치에서도 노벨문학상 하나 나오겠구만.ㅋㅋ' 생각했지요. 글쓰기에 진지한 분들이 이렇게 많다니요.


여하튼, 이렇게 깔끔하고 재미있는 글 놀이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위에 것들 아무것도 안 들어주셔도 괜찮아요. 저는 브런치에서 계속 잘 놀 거예요. 놀이터에 미끄럼틀이랑 그네만 있으면 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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