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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요니 Nov 24. 2020

백수의 업세이

네팔 락다운 인생의 '먹고사니즘'에 대하여

 세상에 돈 버는 법을 공짜로 가르쳐주겠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나는 여전히 돈이 없다. 인도에서 벌어둔 돈이 다 떨어져가자, 그들이 알려준 부업 사이트에서 돈벌이를 찾았다. 글자당 4원 쳐주는 광고 글들을 왕창 싸질렀는데, 돈이 안된다. 어떻게 이걸로 천만원이나 벌었다는 건지, 순 다 사기꾼들이다. 손목에 걸린 비싼 시계가 탐나 보여서 친분을 쌓아둔 지인이, 영업 비법 알려준답치고 '콜라가 없는데 있다고 하는건 사기지만 100ml짜리 콜라를 200ml라 속여 파는 건 영업이다'라고 말다. 이래서 비싼 시계 차고 다니는 놈들은 안되는거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100ml짜리를 200ml로 속일 수 있는지는 빠뜨리지 않고 물었다. 듣다 보니 기도 안찼지만, 나도 비싼 시계 한 번 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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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의 기준에 관대했던 그의 논리에서 조차, 본 적도 없는 상품 광고글을 써재끼는 나는 명백한 사기꾼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보다 돈 더 많이 받으면서 이 글을 포스팅할 블로그 주인보다는 내가 낫다 위안했다. 사기꾼의 사기의 기준은 점점 더 관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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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이 어디 정직하게 돈 벌기 쉬운 세상이랴. 이왕 사기 치는 거, 돈이라도 더 벌어야지. 단가가 더 센 유튜브 라디오 사연으로 쓸 막장 스토리도 썼다. 시집도 안 가본 내가 지어낸 시월드 스토리를 실화라고 믿고서는 분노하는 댓글들을 읽다 보니, '100ml를 200ml로 속이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도 소재가 고갈 나서 줄 끊기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막장 드라마 보면서 눈물 훔치던 엄마 옆에서 같이 열심히 봐둘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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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적인 글들만 쓰는 게 지겨워서 원고료도 안주는 브런치에 가입했다. 대한민국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다. 과연 글자당 0원짜리 글들답다. 네이버 애드포스트보다 광고 단가가 더 세지면 브런치도 트래픽이 많이 증가할 텐데, 그랬다간 조만간 네이버 블로그 꼴이 나겠지. 이래서 브런치는 수익 창출이 아예 안 되는 플랫폼인가 보다. 인간의 본성을 너무 잘 아는 똑똑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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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플랫폼에도 돈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이 있다. 차라리 유튜브를 하지, 뭣하러 여기까지 와서 돈 이야기를 하나 생각하면서, 그들의 글을 정독했다. 돈이 없으니까, 돈 이야기가 더 잘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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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드 사장님은 '되돌아보면 인생 전체에서 이 시간들은 짧은 시간일 뿐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는 연륜이 느껴지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아직 20대 청춘, 앞으로 남은 인생길이 까마득하거늘, 조급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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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남자친구는 수익 채널을 2개나 늘렸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데, 남자 친구라고 다를 리가. 그와 비교하니 내가 하는 일도, 내가 버는 돈도 너무 한심해서 질투가 난다. 그를 질투하는 내 모습은 또 더 한심하다. 열등감만큼 나를 못나게 만드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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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저 잘난 남자 친구를 따라잡을 자신이 없으니, 정신승리라도 해야겠다. 부처님 탄생하신 나라에서 한낱 돈이나 벌고 있는 남자 친구를 '헛된 것을 쫒는 어리석은 중생'으로 치부해 버리고, 수행이나 해보고자 한다. 내 안에 부정적인 기운을 정화해준다는 3시간짜리 티차크라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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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을 하니까 시간이 느리게 간다. 누워서 유튜브 볼 때는 3시간도 순삭인데, 이러고 앉아있으니 1분도 지루하다. 마음의 여유는 커녕, 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더 조급해졌다. 이러고만 있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또 돈 이야기하는 라디오를 틀었다. 차크라 명상 음악과 돈 이야기를 동시에 듣고 있으니,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다. '이런 제길, 인도에서 벌어둔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그 돈으로 비트코인이나 사놨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차크라 명상 음악은 시끄러워져서 그만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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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하시길, 욕심이 곧 괴로움이라 하셨는데, 욕심은 두려움에서 오는 법이다.

욕심을 버리라 하셨는데, 나는 아직 두려운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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