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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Oct 28. 2024

오해, 내가 아니에요

진실


버스를 타자마자 내 코를 찌르는 냄새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은 하나, "아, 분명 똥냄새다." 눈을 감고 잠시 숨을 참아보지만,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두 손가락으로 코를 막고 곁눈질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만약 그 당사자가 이 버스 안에 있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승객 중 한 명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혹시… 저분인가?"


다른 사람도 작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근데 말도 못 하고, 이거 곤란하네요."


버스 안의 분위기는 불편해졌다. 몇몇 사람들은 차마 참지 못하고 다음 정류장에서 서둘러 내렸다. 남은 사람들도 모두 불편한 시선과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말 없는 오해가 버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문득 내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바닥에 잘못 밟혀 으스러져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노란색의 익은 은행열매. 바로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냄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바로 그것이 이 지독한 냄새를 피운 '범인'이었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버스 기사님에게 말했다.


"저기요, 바닥에 은행열매가 터져 있어요. 아마 그 냄새가 은행열매에서 나는 것 같아요."


기사님은 잠시 차를 멈추고 빠르게 청소를 했다. 그리고 곧, 버스 안의 냄새는 서서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다시 안도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았고, 아까의 미묘한 시선들과 불편한 기운도 서서히 풀어졌다. 그러나 잠시 사이, 버스 안을 메운 그 많은 오해와 불신은 작은 에피소드로 남겨지게 되었다.


우리는 때로 너무나 쉽게 오해에 빠진다. 눈앞의 상황을 단정 지어 버리고, 서로를 불신하고, 말하지 않아도 묘한 분위기 속에 갇혀버린다. 진실은 간단할 때도 많지만, 우리는 그 진실에 다가서기 전에 너무 쉽게 판단해 버린다. 그날 버스 안에서 모두가 했던 짧은 오해처럼 말이다.


오해는 쉽게 생기지만,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작은 진실을 발견하는 눈을 가질 때다. 작은 은행열매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었는지 떠올리며, 나는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실은 때때로 작고, 쉽게 지나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해를 피하려면 잠시 멈춰 생각하고, 우리가 놓친 작은 진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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