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도심 속 "느티"는 매일같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거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마다 느티 아래를 지나가며 바쁘게 일상을 살았다. 느티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와 발걸음을 통해 인간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 갔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기쁨과 슬픔,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었다. 느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 생동감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꼈다.
하루는, 느티는 길을 지나가는 한 아이가 엄마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들었다.
“엄마, 나무도 우리처럼 잠을 자나요?” 아이는 작은 손으로 느티의 거친 나무껍질을 쓰다듬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단다. 나무는 우리가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자는 건 아니지만, 밤에는 고요히 잠을 자며 쉴 수 있도록 해준대. 그래서 우리는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끔씩 물도 주고, 돌봐줘야 해.”
느티는 아이의 순수한 질문과 엄마의 다정한 답변을 들으며,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느껴지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 속에서 지내며 그들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그들의 일상 속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나무로써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그날 밤, "벚아"가 느티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형님, 오늘 낮에 제 곁을 지나던 사람들이 행복한 소식을 나누는 걸 들었어요. 한 아기가 태어났대요. 그분들은 저를 바라보며 아기가 봄에 태어나면, 저와 함께 첫 번째 봄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말했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설렜어요. 내가 이곳에서 그 아이와 함께 봄을 맞을 수 있다니, 참 기쁜 일이에요.”
느티는 벚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벚아야, 그 아이는 너의 봄꽃을 처음으로 보게 될 테니, 그게 얼마나 특별한 순간이겠니. 우리는 이렇게 사람들의 곁에 서서 그들의 기쁨과 소망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
벚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형님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자신이 한 해 한 해 피우는 꽃들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숲 속의 "소나"는 도심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바람을 통해 들으며, 자신도 사람들에게 들은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숲 속에서 자랐지만, 소나 역시 때때로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느티 형님, 제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며칠 전, 한 사람이 숲을 걸으며 제 곁에서 조용히 노래를 불렀어요. 노래는 아주 조용했지만 그분의 마음속에는 깊은 외로움이 느껴졌어요. 저는 그 사람이 저를 보며 잠시라도 위로받기를 바랐어요.”
느티와 벚아는 소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동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느티는 말했다. “소나야, 우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지.”
그렇게 느티와 벚아, 소나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이 가진 역할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비록 사람들과 말을 나누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삶 속에 함께 살아가는 나무로써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들의 곁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우리 모두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이 필요할 때 묵묵히 서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느티는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속삭였다.
나무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으며,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작은 쉼터와 위로가 되어주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