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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자리와 삶의 속도

역할과 의미

by 서담


도심의 한복판에 서 있는 "느티"는 매일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침부터 바쁘게 거리를 오가며 빠른 발걸음으로 각자의 일상을 살고 있었고, 느티는 그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도시의 시간은 늘 재촉하듯이 흘러갔다. 느티는 가끔 이 급한 속도에 따라가기가 벅차게 느껴졌다.


어느 날, 느티는 도심 속에서 문득 "소나"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숲 속에서 자라는 소나는 도심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숲에서 소나는 더 천천히, 그리고 더 고요하게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을 것이다. 느티는 그 속도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날 밤, 불어오는 바람이 느티의 가지를 흔들며 소나의 향기를 데려왔다. 느티는 바람을 따라 소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나야, 넌 숲 속에서 그리 바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자라겠지? 여긴 늘 바쁘게 흘러가서, 가끔은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아.” 느티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내 바람이 숲으로 불어가며 느티의 생각을 소나에게 전했다. 숲 속의 고요한 밤, 소나는 느티의 고민을 마음속으로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느티는 언제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있을 텐데, 자신은 그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느티야, 나는 항상 같은 속도로 계절을 느끼고 있지만, 그건 도심에서 겪는 너의 속도와는 참 다를 거야. 너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급하게 자라는 일들이 많겠지. 그 속도가 얼마나 힘들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나도 가끔 너처럼 조금 더 바삐 자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소나는 느티가 느끼는 도심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었다.


며칠 후, 도심의 느티 곁을 지나던 사람들이 말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이 도로도 언제 이렇게 가로수들이 크게 자랐을까? 너무 바빠서 보지 못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


느티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사람들이 가로수로 자라는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소나가 있는 숲 속에서는 시간이 그렇게 재촉하지 않고 흘러간다는 사실이 조금 부러워졌다.


"벚아"가 느티의 생각을 눈치채고 다가왔다.


“형님, 저도 가끔 도심 속에서 너무 빠르게 자라가야 하는 게 어렵게 느껴져요. 제가 꽃을 피울 때, 사람들이 그 꽃을 잠시 보다가도 금세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까요.”


느티는 벚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벚아야, 나도 그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도는 빠르고 바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


벚아는 느티의 말을 들으며,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에게도 숲 속에서 자라는 나무들처럼 천천히 세월을 느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다시 숲으로 바람이 불어가며, 느티의 생각을 소나에게 전했다. 소나는 도심의 빠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느린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느티야, 나는 도심에서 살아가는 너희와 달리, 하루하루가 천천히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내가 자라야 하는 이유를 찾는 시간이 많아. 넌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 속에서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겠지. 우리는 다른 속도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자연을 알게 해 주고 위로를 준다는 건 같을 거야.”


느티는 소나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자리와 속도가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도심에서 빠르게 살아가는 자신의 역할도 숲 속의 소나가 자라는 것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새겨졌다.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고 있지만, 결국 같은 마음을 나누며 사람들에게 자연을 전하고 있구나.” 느티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고요히 밤을 맞이했다.


숲 속과 도심, 서로 다른 속도 속에서 자라지만,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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