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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저녁, 건강이라는 선물

응원하는 일상

by 서담

해가 서서히 지는 퇴근길,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하루의 긴 호흡도 어느덧 끝자락에 이른다. 그런 시간, 어김없이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저녁 식사를 위해 만난다. 자주 가는 식당, 익숙한 음식, 그리고 늘 새롭게 느껴지는 대화가 우리 하루의 피날레가 된다.


"오늘은 뭐 먹을까? 고기와 야채를 함께 먹을까? 지난번에 갔던 데 있잖아."


아내의 말엔 늘 작은 배려가 녹아 있다. 나보다 조금 더 건강에 민감한 사람, 아니, 내 건강까지 챙기는 사람.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는 일보다, 좋지 않은 음식을 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은 이제 내게도 익숙한 원칙이 되었다.


식사 시간에는 대화의 반 이상이 건강 이야기로 채워진다. 오늘은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지, 어제 먹은 음식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늘 빠지지 않는 주제, 소식(小食)의 미덕. 함께 나누는 이런 이야기들이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 우리 삶을 조율하는 리듬처럼 느껴진다.


"밥 먹을 땐 항상 야채부터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그래야 혈당이 안정된대." "당신은 항상 그런 거 잘 기억하더라. 난 그냥 당신이 먹으라는 대로 먹을게."


조금은 투정 부리듯 말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되뇐다. 그렇게 먹고 난 후,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집을 향한다. 대략 30분 남짓한 거리,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대화를 나눈다. 식사 후 걷기의 중요성, 심장의 건강, 혈관의 흐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눌 수 있는 대화다.


집까지 함께 걷는 시간은 마치 하루를 천천히 정리해 가는 의식 같다. 퇴근의 피로는 발걸음 사이사이로 흩어지고, 하루 동안 묻어둔 감정도 서로의 말에 실려 조금씩 풀려간다. 그렇게 걷다 보면 가로등 아래에서 웃음 짓는 아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하루의 수고가 기꺼이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거 알지?" "그럼. 그러니까 오늘도 같이 걸어가는 거지. 내일도, 모레도."


그리 거창하지 않지만, 꾸준히 실천해 가는 우리의 생활 방식. 자극적이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음식, 과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일상이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쌓여간다.


그렇게 오늘도, 아내와 함께하는 저녁은 하나의 선물이 된다.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한 줄 생각 : 건강은 함께 실천하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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