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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선물, 새로운 삶의 시작

익숙함과의 이별

by 서담

체질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나 식단 조절을 체질 개선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의 일부일 뿐이다. 진짜 체질의 변화란, 수십 년간 몸에 밴 습관과 생활의 결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의미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익숙하게 살아온 방식에 안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복되던 허리 통증이 내 삶을 흔들었다. 하지마비처럼 다리가 굳어버리는 순간은 두려웠고, 동시에 경고 같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 그 고통이 내게 내린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 순간이야말로 내 삶 전체를 다시 쓰라는 신호였다.


나는 결단했다. 23년 전 담배를 끊었듯, 이번에는 35년간 이어온 술을 내려놓았다. 가볍게 시작한 선택이 아니었다. 내 삶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습관을 끊는다는 건, 나와의 오랜 결별 같았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다음은 식단이었다. 한 끼의 무게를 줄이고, 내 몸을 짓누르던 기름진 음식 대신 가벼운 음식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이 먼저 변화를 반겼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맑아지는 느낌이 찾아왔다.


그리고 걷기. 나는 하루 2만 보 이상을 걷기로 했다. 걷는다는 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내 몸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내 오래된 체질이 조금씩 부서져 나가고, 새로운 나로 채워지는 듯했다. 걷기는 내 몸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내 마음까지 새롭게 만들었다. 걷는 동안 나는 나 자신과 대화했고, 과거의 나를 위로하며 미래의 나를 다짐했다.


근력 운동도 더했다. 허리 통증이 준 두려움은 내게 근육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몸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근육에서 나온다. 단단한 몸은 단단한 마음으로 이어졌다. 나는 무너져가는 몸을 붙잡는 대신, 새로운 몸을 빚어내고 있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10kg 가까운 감량은 단순히 수치의 변화가 아니었다. 몸속 건강 지표들이 하나둘 정상으로 돌아왔고, 오히려 정상 이상으로 개선되었다. 더 기쁜 건 몸의 변화와 함께 마음도 변했다는 사실이다. 내 안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솟아나고, 매일이 새로운 기회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7개월 전의 위기는 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이끌려는 시험대였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옛 체질에 묶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통을 지나온 지금, 나는 그때의 아픔에 오히려 감사한다. 그 아픔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테니까.


삶은 때로 위기를 통해 우리를 일깨운다. 고통은 불행이 아니라 변화의 초대장일 수 있다. 나는 그 초대장을 받아들였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체질은 바뀌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나 자신이 바뀌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새로워졌고, 나는 다시 시작하는 사람처럼 하루를 살아간다. 이제는 두려움보다 감사가 크고, 불안보다 기대가 크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나의 새로운 체질, 나의 새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내게 속삭인다. “위기는 끝이 아니라,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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