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오죽했을까
어젯밤 운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세 개를 다쳤다.
둘은 괜찮은데 하나는 움직임이 영 불편한 수준의 부상이다. 몸을 위해 부지런을 떨다가 되레 몸이 상해서 더 안타까웠다. 때마침 새벽부터 쏟아지는 빗줄기에 더 차분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장 아픈 손가락 하나에만 부목을 대고 당분간 주의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른손 약지 하나를 제대로 못 쓰는 건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당연하던 일상 곳곳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느낀다. 옷을 입을 때, 젓가락질을 할 때, 지갑을 꺼낼 때 등등. 얼마 안 지난 일이라 그런지 손가락을 볼 때마다 '다치지 않았더라면'이란 생각을 불쑥불쑥 한다. 반면 큰 부상이 아니라서 다행이며, 손의 소중함에 새삼 감사하단 마음도 종종 우러난다. 진심이다.
낮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떠오른 단상을 기록하고자 노트와 펜을 집었는데 펜을 손에 제대로 쥘 수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켜고 메모를 기입하려니 이번엔 키보드를 두드리기가 썩 불편하여 다시 한번 웃었다. 다친 약지 손가락 하나에 나는 이처럼 하루 동안 울고 웃으며 마음까지 돌아봤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나 역시 남들처럼, 혹은 남들만큼은 다치며 살아왔다.
어쩌면 물리적으로 몸을 다쳤던 일보다 심리적으로 마음을 다친 일이 잦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몸을 다쳤을 땐 불편함뿐만 아니라 회복 또한 당연하게 생각했던 데 반해, 마음을 다쳤을 땐 좀처럼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다친 마음이 회복될 거란 믿음에 앞서 오히려 '내 마음은 왜 이리 약해 빠진 걸까'란 자조로 마음을 더 괴롭히곤 했던 것이다.
손가락의 부목을 풀고 피멍이 든 부분을 바라본다. 그새 붓기가 많이 빠졌는지 어제만 해도 징그럽던 환부가 제법 괜찮은 느낌이다. 건강한 우리 몸의 회복력이란 생각보다 놀랍다는 말이 와 닿을 정도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다친 마음이 아픈 건 당연하고, 그러니 늘 그래왔듯 회복하리란 생각으로 확신을 가져왔던가?
가만 보면 잊고 있던 건 손가락의 소중함뿐만이 아니었다.
평소에 건강하기에 다칠 때의 불편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그리하여 당연히 아픈 상태를 견디다가 마침내 회복하고야 마는 마음에 대한 고마움. 그걸 깨닫게 해 준 퉁퉁 부은 이 손가락이 다 나을 무렵엔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운동하리라 다짐하는 이 마음. 손가락 하나 다친 게 이렇게 불편한데, 너를 다쳤을 땐 오죽했으랴 하며 스스로를 보듬는 이 마음에게 참으로 고맙다. 그 덕에 아픈 손가락도 잊은 채 키보드를 눌러온 의지 역시 마음 덕분이겠구나ㅏㅏㅏㅏㅏ, 아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