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과 우리 가족, 그리고 폴부엌 이층집_1

제주 한경면 폴부엌 이층집에서의 1박 후기_1

by 차돌


여행은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새로운 자극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행 기분은 어떤 숙소에서 머무느냐에 따라 고조되기도, 반감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곳을 다니더라도 저녁에 쉬는 공간이 내 집처럼 익숙하기만 하다면, 혹은 너무나 전형적인 호텔이라 새로울 게 전혀 없다면 어떨까. 오션뷰라든지 각종 테마로 꾸며놓은 풀빌라들이 인기를 끄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주 가 본 제주도, 너무나 익숙한(?) 가족들과 짧게 다녀왔음에도 이번 여행이 아주 특별했던 건 단연 폴부엌 이층집 덕분이었다.


KakaoTalk_20200409_235340078.jpg 사... 삼촌 우리 어디가?


사실 한동안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전 국민적으로 힘겨운 조건인 코로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가족 여행에만 국한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바쁘단 핑계, 이번엔 친구와 함께, 다음번엔 애인과 함께... 가장 소중한 가족과의 여행은 언제나 후순위였음을 최근에야 반성했음을 고백한다.


KakaoTalk_20200409_235631685.jpg 제주 한경면 폴부엌 이층집 앞에서, 엄마아빠동생조카와.


느닷없는 고백(?)이 가능한 이유는 그나마 최근에 가족끼리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온 덕분일 거다. 이런저런 경사도 있었고, 모처럼 다 함께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제주도에 훌쩍 다녀왔다. 2박 3일 중에서도 특히 폴부엌 이층집에서의 1박이 인상적이었다.


* 내륙 안쪽에 위치한 숙소에서는 타인과의 접촉이 없었으며, 여행 중에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음을 신고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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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409_235732234.jpg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맛있는 폴부엌'


폴부엌 이층집은 호주에서 제주로 온 폴 셰프가 제주 한경면에 세운 공간이다. 앞서 인근에 '맛있는 폴부엌'이라는 레스토랑을 연 데 이어 가족여행, 워크샵 등에 적합한 숙소 공간까지 오픈한 것이다.


# 제주공항에서 폴부엌 이층집까지

1. 공항 도착 - 렌터카 인수 - 한림 칼국수 - 더럭분교(아이와 사진 찍기 좋은 장소,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관광객 입장 제한) - 저지 예술인 마을(역시 코로나로 많은 미술관 휴관) - 고산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식재료 구매(대정농협 하나로마트가 숙소에서 약간 더 가깝지만 고산이 규모가 조금 더 커서 재료가 많음. 결정적으로 대정에는 없던 파스타 면을 고산에서 구매)


우리 가족은 낮에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인수해서 한림으로 이동, 보말 칼국수를 먹었다. 그 뒤 잠깐 인근 명소를 들렀다가(상단 코스 참조) 한경면 낙조길에 위치한 내륙의 숙소를 향해 이동했다. 중간에는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저지 예술인 마을에 들러 산책도 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마을이 아주 한적하여 조카를 데리고 걷기에 좋았다. 저녁을 폴부엌에서 만들어 먹을 예정이었으므로 마트에 들러 식재료도 잔뜩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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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의 넓은 독채와 엄청난 키친 공간을 자랑하는 폴부엌 이층집은 과연 들어설 때부터 쾌적했다. 미리 안내받은 대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커다란 숙소가 마치 내 집 같이 느껴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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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에는 이렇게 셰프의 공간답게 요리복과 앞치마 등이 걸려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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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부엌 이층집의 메인 공간은 단연코 넓고 쾌적한 부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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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앞에는 이렇게 흥부네 온 식구가 둘러앉아도 충분할 정도의 넓은 공간이 있다. 소규모 워크샵을 캐주얼하게 즐기기에 딱이겠단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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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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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거실 겸 침실

폴부엌 이층집에는 1층 침실 한 개와 2층 침실 2개(오픈형)가 있어 최소 성인 6~7인이 누워서 잘 침대 공간도 넉넉하다. 부엌 공간의 위에는 2층이 없지만, 1층 침실 위로는 2층 건물인 독특한 구조라서 단조롭지 않은 건축물 특유의 개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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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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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바로 요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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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부엌 이층집의 부엌에는 양 옆에 싱크대가 두 개 있을 정도로 넓은 조리 공간이 있다. 각종 그릇과 조리 도구, 심지어 향신료까지 완비돼 있어 웬만한 일상 요리는 본 재료만 사다가 조리할 수 있다. 냉장고 안에는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샐러드와 빵, 물까지도 구비돼 있어 스테이폴리오 측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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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엄마와, 손이 빠른 여동생이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공간이 워낙 넓다 보니 셋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음식을 나눠 요리하기에 불편함도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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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버지는 신이 난 손주를 데리고 한참을 놀아주신 끝에 드디어 재우는 데 성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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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만든 에그 인 헬(샥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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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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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전체적인 재료 손질과 도구 정리에 더해 볶음밥까지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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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어 기특한(?) 조카 덕분에 아버지도 막판에는 요리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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샥슈카를 오븐에서 꺼낼 무렵에는 모든 요리가 완성되어 동생이 예쁘게 플레이팅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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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가 레스토랑을 열어도 되겠다 싶었다. 근사한 장소, 근사한 식사에 빠질 수 없는 와인도 따랐고, 건강 관리 중인 엄마를 위한 포도주스, 수유를 위해 필사적으로 술을 참고 있는 여동생을 위한 자몽 음료까지 풀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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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늘 먹던 저녁상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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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409_235541523.jpg 데헷


드디어 눈 비비며 깨어난 우리 귀여운 조카. 본인이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지만 가족들이 먹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던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큰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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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곧 조카의 돌이다. 녀석의 첫 비행기, 첫 제주 여행을 삼촌이 이끌어 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KakaoTalk_20200409_235618720.jpg 엄마 삼촌이랑 나랑 자라고?


가장 넓은 침대는 높이가 낮아서 아이와 함께 잘 수 있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미니 취향이 전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동생의 오버사이즈 잠옷을 빌려 입었고, 바지는 합성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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