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경면 폴부엌 이층집에서의 1박 후기_2
1편
눈을 떠 보니 애어른 한 명이 쿨쿨 자고 있었다. 큰 창 너머로 제주 흙밭이 햇살을 받아 눈부셨다. 아가와 함께 편히 자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폴부엌 이층집은 부엌만 큰 게 아니라 침대도 넉넉했다.
전 날 밤엔 굳이 열지 않았던 숙소 곳곳의 창을 열고 바깥 구경을 했다.
2층 테라스 한켠에는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도 있었다. 아직 날이 쌀쌀해서 이용할 일은 없었지만 여동생은 아들과 함께 들어가서 굳이 사진 한 컷을 남겼다. 남편과 함께 욕실 인테리어 전문 업체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인과 관계가 성립하는진 모르겠지만 나름 PPL이므로 잘 되면 동생네한테 광고비를 요구할까 한다.
품에 꼭 안기는 조카 녀석이 사랑스러웠다. 녀석이 언제쯤 제주가 제주임을 알고 다시 올는지 문득 궁금했다. 폴부엌을 다시 찾아오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았다.
부엌에는 캡슐 커피 머신과 충분한 개수의 캡슐이 구비돼 있었다. 다양한 종류별로 커피 4잔을 금세 내리고 전날 남겨둔 치아바타 빵을 오븐에 구웠다.
넉넉히 해둬서 남긴 음식들과 고기를 마저 조리해서 늘어놓았다. 호텔 조식이 따로 없었다.
우리 조카는 이유식을 참 복스럽게 잘 먹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나까지 배부른데, 폴부엌에서는 나도 진짜로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거였다.
1층 안뜰에는 이렇게 테이블도 놓여 있었다. 조금 추웠지만 잠깐 밖에서 커피를 마셨다. 설정 같지만 설정이었다.
설정 2.
설정3.
체크아웃을 하려니 정말로 아쉬웠다. 여행 중에는 보통 그날 여행에 대한 기대가 숙소에 대한 아쉬움을 압도하게 마련인데 그렇지가 않을 정도였다. 이왕이면 연박을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공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더 많은 가족과 여럿이서 방문하면 더 좋을 듯하다.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제주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폴부엌 이층집. 다음에 또 좋은 인연이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