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어땠을까
그로부터 며칠 뒤는 대학 동창 민수의 결혼식이었다. 식사 테이블에서 우진과 경수를 만날 수 있었다. 몇 달 전에 J와 술을 마셨다고 이야기한 녀석들이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던 우리의 대화는 결혼식에 오지 않은 J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흘렀다.
“그 자식 원래 그렇게 술이 셌나. 소주를 계속 마시더라고.”
먼저 우진이 말을 꺼냈다.
“너랑도 그랬어? 나랑 마실 때도 장난이 아니었어. 취하지도 않던데? 근데 뭔가 이상한 말을 꺼내긴 했어.”
이번에는 경수가 말했다.
“무슨 이상한 말? 혹시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한 거 아냐?”
우진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난 귀가 번쩍 뜨였다.
“어, 그러고 보니 자기 귀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는 얘길 했는데. 너한테도 그랬어?”
경수의 말을 통해 공통점은 확실해졌다. J는 나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에게도 자신의 귀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맞아. 귀 안에서 계속 소리가 난다고 했어. 그땐 대체 뭔 말인가 싶었는데, 너희한테도 그런 걸 보면 장난이 아니었나 보네.”
우진과 경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나를 동시에 쳐다봤다. 하지만 그뿐, 우리는 더 이상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난 그저 J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걸 그랬다는 후회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누구 따로 연락한 사람? 걘 도대체 뭐 하고 살길래 연락도 안 되고 식에도 안 온 거야?”
누군가 질문을 던졌지만 그의 근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J의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할까 하다가 괜한 말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닫았다. 어차피 우리의 대화는 금방 새로운 주제로 바뀌어 있었다. 채팅에서든 만남에서든 어느 하나를 두고 열 마디를 나눌 여유 같은 건 없었다. 심지어 그날 결혼을 한 민수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신혼여행지로 화제가 모인 다음에 각자의 경험담이 조금씩 보태지느라 원래의 주제는 파묻혀 버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누군가 하와이를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발리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또 누군가가 발리에서 한 달을 살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꺼내고, 몇몇은 입을 모아 일주일 휴가 내기도 힘든데 부럽다는 투정으로 화제가 전환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민수가 신혼여행을 어디로 다녀왔는지 알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J를 생각했다. 우진과 경수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진탕 술을 마셨고, 귀에서 소리가 난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뿐, 누구에게도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거나 도움을 청하진 않았다. 우리로서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귀에서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주위에 꺼냈는지, 무엇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는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오랜 시간 이명에 시달리면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였다. 때마침 신호에 멈춰 선 차 안에는 배기음과 함께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반복적인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드르릉하는 배기음은 먼 소리였지만 파도가 치는 듯, 매미가 우는 듯하는 소음은 귀 안에서 들리는 아주 가까운 소리였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카오디오의 전원을 켰다. 한낮의 라디오 방송에서는 내 기분 따위와는 상관없이 여유롭고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볼륨을 크게 높이는 순간 뒤차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을 보니 어느새 신호는 바뀌어 있었다. 귀 안에서고 밖에서고 온통 시끄러워서 지긋지긋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