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뭘 들으면서 술을 마셔?
아내는 회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 점 두 점 안주로 음미하는 나와는 달리 식사 자체가 목적인 듯이 보였다. 그러다 보니 먹는 중에 별다른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어색할 것까진 없었지만 새삼스럽게 나눌 이야기도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내를 앞에 두고 할 말을 찾아야 하는 건 썩 편안한 기분이 아니었다.
“요즘 우리 대화가 너무 없었지?”
술 한 병을 다 비웠을 무렵 마침내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화두를 던졌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아내는 나를 쓱 한 번 쳐다보더니 젓가락을 들어 몇 점 남지 않은 회를 골라 뒤적였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였다.
“그냥, 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당신 오늘 내가 민수 결혼식에 다녀온 건 알고 있었어?”
어색한 침묵을 방관하느니 나라도 계속 떠드는 편이 나았다. 민수는 아내도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알았지. 한참 전부터 청첩장이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던데.”
“내가 거기 뒀던가. 아무튼 당신은 오늘 어디에 다녀온 거야?”
“약속이 있었어. 늘 그랬듯이 따로 이야기할 필요는 못 느꼈고.”
단호한 아내의 답변에 나는 벽에 부딪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는 했다. 식사 한 번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마음이 풀어지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남편으로서 나 자신의 모습도 확인할 겸,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살펴볼 겸 하는 심정이었다. 아내는 그와 같은 나의 어중간한 태도를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게 점원이 메로구이를 내어 오며 빈 접시를 치울 무렵 술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말리지 않았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기가 살짝 돌고 있었다. 나로서는 좋은 상황이었다. 적당히 취하지 않고서는 솔직하기 힘든 세상이다.
“이거 맛있네. 좀 먹어봐.”
메로구이 살을 젓가락으로 발라내며 내가 말했다.
“자기 근데 밤에 뭘 들으면서 술을 마셔?”
아내는 생선을 먹는 대신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뭘 듣다니?”
“왜 지난번에 보니까 밤늦게 식탁에서 술 마시고 있던데?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내게도 그날 밤은 이례적이었던 것이다.
“아 그거… 잠이 안 와서 그랬어. 가끔 혼자 그렇게 마시긴 하잖아.”
“집에서 술 마시는 거야 그렇다고 쳐. 근데 내가 이상했던 건 그게 아냐. 왜 굳이 이어폰까지 꽂아 가면서 있었는지, 난 그게 궁금해.”
아내의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닫고 생각을 골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적이었다.
“정확히는 생각이 안 나는데… 아마 그냥 유튜브 보고 있었을 거야. 밤에 틀어 놓기는 시끄럽잖아. 당신 자는데 깨울까 봐 그랬지.”
우선은 대충 넘어가는 답변을 선택했다. 모처럼 마주한 아내에게 귀에서 소리가 난다느니 하는 소리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왜 거짓말을 해? 보니까 휴대폰 화면은 보지도 않고 멍하니 있던데. 내가 말을 못 걸겠더라니까. 당신도 생각해 봐, 반대로 부엌에서 내가 혼자 그러고 있었으면 어떻게 보였겠어?”
“아니 뭐…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지. 그게 그렇게 이상했어?”
“어. 나한텐 너무 이상해 보였어. 혼자 있고 싶다고 시위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
“아…”
그제야 나는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내게 아주 무관심했던 게 아니었다. 내가 우리 관계에서 불편을 느끼듯 아내 역시 신경을 쓰고 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유별난 행동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을 수 있었으리라. 마침내 나는 결심을 했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숨길 내용도 없으므로 아내에게만큼은 있는 그대로를 말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