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원래' 제거하고 장사하기
난 원래 그래~
이처럼 완고하며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말이 또 있을까? 자신이 '원래 OO하다' 라며 변화를 거부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별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 인수를 망설이고 있을 때, 내 안의 '원래'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난 원래 돈 계산에는 밝지 않아.', '난 원래 몸 쓰는 일에는 재능이 없어.' 자영업은커녕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는 내가 카페 사장을 할 거라고는 '원래'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사람이야말로 적응의 동물이라, 변화를 택하면 어떻게든 거기에 맞춰진다는 걸 여러 차례 확인했다. 일과 관련하여 나는 특히 운이 좋은 편이라 시기에 맞게 변화를 경험하며 내 안의 '원래'를 지울 수 있었다.
이직이든 퇴사든 창업이든 '원래 내가 어떠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이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겠지만, 변화의 초점이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에 맞춰져 있다면 아무래도 새로워지긴 힘들 것이다.
나도 예전엔 변화를 두려워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하며 준비할수록 실행은 느려지기 마련이었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진해 버려 정작 변화 이후에 쏟아야 할 힘이 달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원래 내가 이렇지...'라는 자조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래 그러함'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변할 수 있음'을 택하는 경험을 거듭해 왔다. 반복적인 업무를 통한 성장보다는 새로운 일을 통한 설렘을, 위계와 질서가 뚜렷한 조직보다는 자유롭고 책임 소재 명확한 개인 활동을 선호하는 성향에 맞춘 변화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성향조차 원래 그러했던 건 아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내가 느끼기에 더 이롭다고 판단되는 환경을 찾아 나서다 보니 점차 그러한 성향으로 바뀌어 왔다고 보는 편이 옳다.
커피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됐고, 인수 형태의 개업이었기 때문에 카페 열기가 수월했다. 겁먹었던 만큼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내 복인 동시에, 긍정적인 면을 찾아 그에 맞는 선택을 한 내 덕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만큼 변화에 따른 저항과 스트레스가 크진 않았다. 각종 서빙이며 바텐더 아르바이트 경험은 바리스타와 무관하지 않았고, 취업과 프리랜서 경험은 자영업과 형태는 달라도 사회인, 경제인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갖추게 하기엔 충분했다. 이 모든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한 카페 운영은 시작 전부터 설레는 일이었고, 시작하고 나서는 즐겁고 보람 있게 해 나가는 중이다.
그렇지만 또 하나 분명한 건 이걸 평생의 업으로 삼으려고 시작한 게 결코 아니란 사실이다.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했으면 아마 이렇게 빨리 준비하고 빨리 인수하여 빠르게 경험하진 못했을 것이다. 장사를 할 만한 기본은 갖추되, 행여 부족한 점이 있어 실패한다면 전적으로 사장인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므로 어디 폐 끼치는 일도 아니잖은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든 원래 그러함에 천착하면 될 일도 안 될 게 분명하다. 특히 자영업, 소상공인 2달 차로서의 소회를 밝히자면... 이쯤에서 그만 말을 아껴야겠다. 초보 사장 주제(?)에 그나마 거듭 확인해 온 건, 내 안의 원래 그러함을 버려야 조금이라도 더 유연한 태도로 장사를 활기차게 할 수 있다는 정도랄까.
아무튼 주위에서 이직이든 개업이든 고민 중인 분들께는 일단 갖고 계신 '원래'부터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