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나의 사랑하는 책'
깊이와 폭을 떠나서 책을 좀 읽으며 살아왔다 생각합니다. 사는 일은 제게는 늘 의문의 연속이었고 시시때때로 마음속에 차오르는 질문들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에 홀로 독서를 했습니다. 그 책들이 때로 인문학이었고 또 어느 시기에는 심리학에 심취하기도 했다가, 어쨌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온 독서였습니다.
저는 책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다가가는 편입니다. 호기심에 펼쳤다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만족했습니다. 지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은 시간이 흘러 같은 책을 다시 읽게 될 경우 해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요. 한 권의 책을 한 번에 다 이해하겠다는 욕심 자체가 없고 그 책을 만났을 당시에 제가 가진 경험의 깊이 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 편하게 생각하는거죠. 그러다보니 독서에, 공부에, 별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어요. 좀 태평스럽게도 보이겠지만 이런 방식이 제가 살아가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결과까지 수용하는 자세가 바로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가진 무게라고 생각하는거죠.
대학을 졸업한 후 거의 십 년에 가까운 시간을 독서를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스스로 열정도 없었으면서 책에 느꼈던 실망감 때문이었죠. 삶이 던져주는 질문들에 관한 답을 책에서 구할 수 있다 여겼으나 그럴 수 없었고 글과 글쓴이의 실제 삶 사이에서 괴리를 발견할 때마다 자주 절망감을 느꼈죠. 그 절망감의 대상은 저 자신일 때도 많았구요. 아름다운 글을 쓴 이가 반드시 바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죠.
절독을 하고 살았던 세월 동안 저는 티비도 잠시 보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를 즐기거나 고깃집에서 회식자리에도 끼어들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공허함은 더 짙어지더군요.
삼십대 중반에 우연히 작은 도서관 근처에 살게 되었어요. 무료하기도 한 날들을 보내다 생각없이 도서관에 드나들기 시작했죠. 마치 메마른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책을 흡수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인문학을 만나고 심리학책을 읽어나가게 되었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었어요. 책 속에는 저와 같은 고민을 했던 이가 있었고 또 제가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담겨 있었어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살고 있어도 인간이기에 누구나 던지게 되는 질문들과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아름다운 정신(beautiful mind)이 있었죠.
모든 물줄기는 하나로 모여 결국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도 하나의 진리의 바다로 저를 이끌어가더군요. 세상은 자기 의식의 반영이고 우리는 자신들이 가진 내면의 깊이 만큼의 진실을 보고 떠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결국 자신이 가진 프레임대로 세상을 보고 가는거라면 어떤 세상을 살고 갈 것인가 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몫이 되는거죠. 저는 어둡고 부정적인 세상보다는 빛과 사랑으로 가득찬 세상을 보기로 결심했어요. 사람은 절망의 바닥에서 딛고 일어서기 위해 희망을 상상하게 되는 법이죠. 말씀이, 소망없이 살던 저를 꿈꾸게 만들어주었어요.
세상책을 본 시간들이 헛되다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 지식들이 모두 잘못된 것도 아니구요. 제게는 세상책에서 접했던 지식과 지혜들이 있었기에 성경책에 적힌 말씀에 눈뜰 수 있었습니다.
고요한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면 잠시 기도하고 성경말씀 한 구절 묵상합니다. '달고 오묘한' 말씀이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나날이 그리스도를 닮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가장 사랑하는 책을 폅니다.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 (로마서 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