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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이 Oct 18. 2022

손으로 만드는 게 좋아

[3/100] 도전 : 1일 1글쓰기

혼자 있는 걸 외롭다거나 고독해하지 않는다. 대신 심심할 땐 사부작사부작 손으로 뭘 만드는 게 좋다. 우선 명탐정 코난을 틀어놓고 절반은 보고, 절반은 들으면서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어느 날은 바늘에 실을 꽂아 천을 수천 번 찔러대며 니들펀치로 하는 터프팅을 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창고에서 꺼낸 소창을 손바느질을 하며 소창 행주도 만든다. 지점토를 한 박스 사다가 인센스 홀더며 트레이며 만들다가 불현듯 물감을 꺼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퍼티를 펴 바르는 일은 이젠 일도 아니다.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은 사진 속 웨인스코팅 액자다. 갖고 싶었던 벽 장식을 사긴 샀는데 드릴이 없어 못 달고 몇 달을 묵혔다. 웨인스코팅도 홈스타일링에 한 번 적용시켜 보고 싶었다. 때마침 그림을 그렸던 캔버스가 찢긴 채로 방치되어 있기에 다시 하얗게 칠해 마치 문처럼 만들었다. 벽에 거니 그럴싸하다.


나는 욕심쟁이라 갖고 싶은 게 많은 편이다. 다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형편이 되지 않으니 갖고 싶은 것들 중에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흉내 내어 만든다. 다행히도 손재주가 영 없는 편은 아니어서 완성도도 제법이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종종 지인들을 나누어 주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인스타그램에는 #혜부작혜부작 이라는 해시태그로 모아놓는 중!


때때로 나를 옭아매는 것들이 있는데, 오래 고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생각을 덜 하고 빨리 잊는 게 좋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손으로 만드는 것에 몰입하면 좋다. 하나를 완성하면 3-4시간은 훌쩍 지나 있고, 어떤 건 며칠을 매달려야 끝이 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말 잊히기도, 잠깐 잊어버리기도 한다.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물론 재미도 있다. 재미없으면 내가 좋아할 리가. 앞으로는 도자기 만들기와 목가구 만들어 보는 게 목표다.


최근 들어는 이렇게 사부작사부작하는 딴짓도 몇 년 뒤엔 갑자기 허투루 쓴 시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이렇게 쌓인 시간들은 나를 완성해 낼 것이다. 나는 내가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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