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혹시 동화책을 읽어본 적 있는가. 어릴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동화책을 좋아한다. 결혼도 안 했고, 물론 아이도 안 키우지만 종종 그림책을 구매한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공주 동화책 말고)
첫 그림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시작됐다. 사회생활 2년 차 정도 지났을 무렵 친구가 자기는 종종 그림책을 읽는다며 읽어보길 권유한 것. 무심코 집어 든 그림책의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방심한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든 동화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림책은 시詩 같다. 함축적이고 간결하다.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본질을 뚫고 있다. 어린이들이 읽는 만큼 돌려 말하지 않는다. 귀여운 그림 뒤에 숨어 촌철살인을 날리고 생각하라며 숙제를 내준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건 뭔지, 뭐가 중요한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짧은 시간 내에 부드럽고 다정하게 우회적으로 직구를 던지는 방법을 그림책은 안다. 그리고 사랑과 배려와 치유와 힐링을 전한다.
친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 사물들에게 이름을 붙여 불러주던 외로운 할머니가 낯선 강아지를 만나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치유를 받는 이야기(*1)부터 은퇴한 산타클로스의 후임으로 온 여자 산타클로스를 두고 치열한 회의를 하는 전 세계 지부 산타클로스들에게 '왜 여자 산타클로스는 안 되냐'며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2), 모든 걸 덮어버리는 하얀 눈 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온기를 담은 이야기(*3)까지. 한 번 읽고, 두 번 읽을 때마다 다르고, 기분에 따라서도 전하는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마음이 지칠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책장에 꽂힌 그림책을 꺼내 읽는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 집에 가면 책장을 뒤져 괜찮은 그림책을 발굴(!)한다. 그림책은 결코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실제로 요즘에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많이 나온다). 만약 당신이 너무 속세에 찌들어(...) 더러움이 케케묵은 먼지처럼 쌓인 것 같다거나 어른들의 세상에 지쳐 치유가 필요하거나 추워지는 날씨에 마음이 시리다면 서점에 가서 그림책을 뒤적거려보길 추천한다.
(1)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 신시아 라일런트
(2) 마더 크리스마스 -히가시노 게이고
(3) 눈의 시 - 아주라 다고스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