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이 Oct 18. 2022

어쨌든 해내는 내가 좋아

[16/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보름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다 보니 나에게는 좋은 면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것도 매일이 어려웠지만 스스로의 장점을 말하는 일이 익숙지 않아 한참을 고민했다. 단점만 자꾸 생각나고. 나쁜 점이 좋은 점일 수 없을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은 할 일을 미룬다는 것이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반복하다가 결국 최최후까지 미룬다. 막상 시작하면 금방 끝내는 일이라 '진작 하고 맘 편히 있을 걸!' 하지만, 한마디로 예열에 오래 걸리는 거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 남들이 내 것을 보았을 때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무섭다. 그리고 또 반은, 사실 게으르기도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미루지 않고, 못 했다고 변명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나에게 주어진 몫이니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치운다. 일부러 힘차고 과장되게 일어나 '그래! 그냥 해버리자!' 기합을 넣는다. 얼마 전, 알로하융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정혜윤 님의 온라인 클래스를 들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한 마케터이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다능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분인데, 무엇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자기 검열 금지'라고 한다. '내가 뭐라고' 하지 말 것! 완벽하려고 하지 말 것! 어쨌든 그냥 할 것! 


우리는 타인을 여러 가지 잣대로 평가한다.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되기도 한다. 맹목적인 비판과 생김새, 몸매, 옷 스타일까지 가감 없이 평가하는 데 익숙해진 세상에서,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그 화살을 나에게 돌리기도 한다. 과장된 온라인 세상에서 찾은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폄하하고 검열하다 연민에 빠진다. '남들은 저렇게 완벽한 데 나는 저렇게 못 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한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내가 봐도 내 건 너무 구려'. 어쩌면 이런 환경들이 좋은 핑계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프리랜서로 1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늘 고용 불안에 싸여 살았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내야 했고, 실력으로 날 증명해 내야 했다. 세월이 지나 요령이 늘어 일은 곧잘 해냈지만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점점 사라졌다. 제자리를 걷고 있는 느낌은 나를 주저앉혔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에서 조금 자유로워 지기로 했다. 그런 생각에 쌓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기 검열 금지! 그냥 해보는 거다.  그러면 늘 그렇듯 어쨌든 해내는 내가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나는 어쨌든 해낼 거다.




이전 15화 맥주가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