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이 끊긴 채 긴 겨울을 보낸 연못은 시간이 멈춘 듯 삶을 다한 듯
바닥이 드러났고, 다시는 그 연못에 봄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겨울바람 속에서 숨을 죽이며 봄을 기다렸나 보다.
바싹 마른 연못 바닥과 바싹 마른 풀잎들만이 남아 있던 그곳은 마치
시간마저도 멈춘 듯한 적막이 사람의 마음도 멈춰 서게 했다.
하지만 계절은 지난 시간을 조롱하듯 새롭게 새 생명을 일으키고 있다.
메말랐던 연못에 물이 채워지고 때때마다 분수가 힘차게 솟아오르고
그 부딪치는 소리가 마음에 설렘을 준다.
다시 일어서야겠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비가 오면 싱그러운 풀 내음을 내어주고,
봄바람에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며, 그렇게 연못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주일 한가로운 저녁시간, 전교인 체육대회로 저녁예배가 없어
모처럼 여유로이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연못가의 조명을 바라보며 고요함 속에서 마음의 쉼을 찾아간다.
그 지루했던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해 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고
그 연못의 빈바닥엔 전혀 생명 채가 없어 보였다.
개구리 소리...
서로 주고받는 그 소리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그 소리가 한여름엔 때론 소음처럼 다가올 만큼 우렁차게 울어댔다.
그들이 긴 침묵을 깨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 여기저기서 번갈아가며 울어댄다.
마치 서로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 울음을 주고받는 모습이
그들만의 특권인 듯 당당하다.
겨울 동안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생명들이, 다시 깨어나 이 세상에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그 소리가 반갑다. 그 소리가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드는듯한 울림이 있다.
잠시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지친 나의 영혼에 새로운 감정을 주고 있다.
자연의 소리에서 잠자고 있던 내 안의 지난 감정을 깨워주고 있는 듯하다,
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멀리 보이는 조명에 어울 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혼탁했던 한 주간의 삶의 찌꺼기를 털어내고,
한 주간의 삶을 위로하고, 다시 이 순간을 기억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시간.
나의 추억이 될 거다.
언젠가 다시 겨울이 와도 지금의 시간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울음소리를 기억하고
숨죽여 긴 겨울잠을 잤던 개구리들과 다시 만나 오늘을 이야기해야지.
우리 막둥이도 평온한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