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의 꿈은 아이돌이었던 것 같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누구에게도 내 꿈이 아이돌이라고 말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초등학교 수학여행 장기자랑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 당시 H.O.T 캔디를 장기 자랑한다고 나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손을 들었지만 결국 들지 못했다. 이미 춤을 다 외워서 안 보고도 따라 할 수 있었는데도 부끄러워서 친구들이 공연하는 것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30대가 되고 나서야 나는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항상 배우고 싶었지만 취업준비 등으로 미루다가 용기를 내서 문화센터를 등록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춤을 춘다는 것이 떨리긴 했지만, 막상 수업을 시작하자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수업에 집중했다. 어떤 운동도 3개월 이상 지속하지 못하던 내가 방송댄스는 3년을 넘게 꾸준히 하고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은 결국 하게 되는 것일까?
수업을 들은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 댄스 선생님은
“6월 1일에 시간 있니?”
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6월 1일에 시민생활체육대회에 선생님 제자분들이 나갈 계획인데 인원이 부족해서 나와 내 동생에게 나갈 수 있냐고 하셨다. 당시 나와 동생은 백수였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조금은 기대도 됐다. 취미로만 하다가 대회라는 목적이 생기니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책임감도 생기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함께 나가는 언니들과 만나서 동선도 맞추고 영상을 찍어 부족한 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장소가 없을 때는 주민센터 옥상에 가서도 연습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드디어 대회날, 그렇게 연습했는데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춘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렸다. 3분 40초의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바들바들 떠는 내손이 보였다. 그래도 크게 틀린 부분 없이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다. 함께 대회에 나가는 학생들이 환호를 보내줬다. 끝나고 나니 그제야 무대에 올라간 것이 실감이 나고 신기했다. 20년 만에 꿈을 이룬 느낌이었다. 무대 영상을 본 친구들은 아이돌 같다며 칭찬해줬다.(사실 아이돌의 발톱만큼도 못 따라간다) 20년이나 걸렸지만 조금이나마 꿈을 이룬 기분을 맛본 것 같아 행복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선생님의 공연에 몇 번 더 함께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들지 못한 손을 들어서 꿈을 이룬 것 같아서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이 됐다. 그리고 용기를 낸 자신이 기특했다. 사실 꿈을 이루는 건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용기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때 나온다.
그림: 방송댄스 수업받는 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