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배운 가리킴, 창문 너머 못 배우는 가르침
오전 수업을 마치기 전부터 학생들은 바로 이 시간만을 기다린다.
그건 바로 점심시간.
하루 중 학생들의 얼굴에 가장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다.
온통 맛있는 냄새가 복도에 가득하고 아이들은 배고프다며 아우성이다.
냄새만으로도 오늘의 메뉴가 무엇인지 감별하는 수준은 가히 놀랍다.
예전에는 몰래 반찬 뚜껑을 열어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우아하게 게시판에 부착된 한 달의 식단표를 살펴보며 '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군.' 하며 그날의 메뉴를 음미한다.
하루 종일 교과서와 연필, 자, 지우개, 사인펜, 풀 등과 씨름하고 나면 그들도 이젠 좀 쉴 수 있겠다며 한시름 놓는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다.
하지만 다용도 변신이 가능한 트랜스포머 책상은 예외이다.
오전 내내 학생들의 팔꿈치 공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학용품의 사투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지저분한 얼굴.
이 지저분한 얼굴을 학생들은 있는 힘을 다해 깨끗하게 닦고, 오전의 노고를 잠시나마 격려한다.
이제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다. 학습용도였던 책상은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한다. 그것은 바로 개인용 식탁으로의 변신이다. 이 역할부여는 아이들의 입에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가 된다.
아이들은 조금 전까지 '책상'이라 부르던 이것을 과감하게 '식탁'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점심시간이 되면 책상은 마법처럼 변형되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모습도 한순간에 달라진다. 평범한 책상은 이제 음식을 위한 특별한 무대가 된다.
학생들의 책상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책상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개인적인 영역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고 가는 소통과 웃음꽃의 마당이 된다.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서서 학생들의 창의성, 개성, 우정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무대이다.
비록 식당이나 카페로의 이동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오늘 점심은 학생이 선정한 '오늘의 식탁' 메뉴. 가끔 학생들에게 공모를 받아 급식실에서 식단을 구성하는데 오늘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돈까스가 나오는 날.
돈까스와 경양식 소스. 하얀 옥수수 수프. 그리고 깍두기. 디저트로 요구르트까지 가장 좋아하는 조합 중의 하나인 오늘의 급식은 잔반 제로인 싹쓸이 각.
학교에서는 잔반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학기말에 한 번 정도 주간을 정해 잔반이 적은 학급은 선물 또는 맛있는 간식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 학급에서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며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해 매일 싹쓸이를 하면 모둠 보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날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이 싹쓸이를 하고, 자랑스럽게 식판을 국통에 '탁탁' 털 필요도 없이 급식차의 식판칸으로 부드럽게 정리된다. 또 하나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의 급식이 나오는 날이면 맛집에 줄을 서는 것처럼 다 먹지도 않은 채로 줄을 서서 혹시 모를 여분의 반찬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오전 내내 치열한 사투를 벌이다가 식탁으로 변신을 했던 책상은 주걱뺨을 맞은 흥부의 얼굴처럼 다시 더러워진다. 회초리를 맞은 듯 젓가락의 모습을 닮은 여러 갈래의 흉터와 책상 여기저기에 떨어진 잔해들. 결국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채 5교시 수업을 위해 닦여지고 다시 신데렐라처럼 책상으로 변신을 한다.
오늘 하루도 바쁘게 북극과 적도의 동시체험과 온갖 오지체험을 마치고 나면 이내 책상의 하루는 끝이 난다.
감사의 말: “책상아!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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