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게 된 내 평생 취미
지난 2월, 우연히 도예 원데이 클래스를 했다. 그런데 내가 도예에 소질이 있었다. 물레를 돌려서 도자기를 만드는데 선생님께서 “어떻게 중심이 한 번도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잘 만들어요? 전에 해본 적 있어요? 비슷한 전공을 하셨어요?”라고 칭찬을 엄청나게 해주셨다. 자신감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통 2시간에 그릇 2개를 만든다는데 나는 5개를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도예에 재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통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도예라는 분야는 머리로 인지가 되면 척척 실행했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했다. 그렇게 매주 일요일에 도예를 하게 되었다.
도예의 장점은 잡생각이 모두 사라진다는 점이다. 도예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힘이 필요하다. 물레 위에서 찰흙의 중심을 잡을 때는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힘이 든다. 중심을 잡고 난 후 도자기의 형태를 만들 때는 적절한 힘이 필요하다. 너무 힘을 적게 쓰면 원하는 형태로 도자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더 많은 힘을 가하면 그릇이 찌그러진다. 그렇게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므로 잡생각이 모두 사라진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손이 흙의 어느 한 부분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 도자기의 두께가 일정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울 때 도자기가 깨질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과정에서 집중하느라 잡생각이 사라진다.
두 번째 장점은 정서적으로 치유가 된다는 점이다. 찰흙의 물성이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기 때문에 찰흙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유리의 물성과 찰흙의 물성을 비교하면 더 이해가 쉽다. 이전에 유리 공예를 한 적이 있다. 유리 공예는 유리 조각을 다이아몬드 칼로 금을 긋고 두 펜치로 유리를 잡고 힘줘서 부러뜨린다. 이 과정에서 유리 파편이 튀기 때문에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공예가 끝나면 옷에 묻은 유리 파편을 잘 털고 바로 옷을 세탁해야 한다. 그래서 유리 공예는 하는 동안 긴장을 하고 예민해진다. 유리 공예를 하자마자 도예를 경험해서 그런지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찰흙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
그리고 도예는 매일 쓸 수 있는 결과물이 생긴다. 내가 만든 그릇으로 밥을 먹고 물을 마실 때 기분이 참 좋다. 그릇과 도자기를 바라보는 견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릇을 그냥 예쁘냐 아니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그릇은 분청토를 썼겠네, 마지막에 이런 기법을 썼구나, 이 도자기는 물레가 아니라 석고 몰드를 사용했겠다.’와 같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도예를 하면서 든 생각은 ‘평생 할 취미를 찾았다.’였다. 정서적으로 치유가 되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취미다. 나의 취향에 꼭 맞는 취미를 발견했을 때의 황홀감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