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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ul 18. 2024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제갈건,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이들은 내가 없으면 남도 없고 남이 없으면 나도 없음을 알기에 여유가 있을 땐 남을 돌아보고 여유가 없을 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매몰된 사람은 온 세상의 짐을 혼자 떠맡으려 한다. 그러다 외로움과 과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잃어버린다. - 제갈건,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내가 아니면 일이 될까? 내가 아니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이런 말을 너무나 쉽게 하고 살았다. 정말 교만했다. 오만해도 이 정도로 심각할 줄 왜 몰랐을까. 1년 간의 육아휴직이라는 시간은 나의 교만한 생각을 깨버렸다. 내가 아니어도 회사는 잘 돌아갔다. 내가 없으니 어쩌면 더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난 현명한 사람이 아닌 게 분명하다. 현명하지 못해 삶의 무게를 분산할 줄 몰랐다. 한쪽으로 치우쳐 짐을 지듯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


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끊으셨으니 사사로운 의견이 없으셨으며, 반드시 해야 된다는 것이 없으셨으며, 고집함이 없으셨으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 없으셨다. - <논어>, 자한 중에서 


공자가 끊었다고 알려진 네 가지는 결국 '융통성'이란다. 친정엄마 말로는 아버지를 닮아 내가 이리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고지식함 그 자체이신데, 내가 아버지와 닮은 꼴이라는 말이다. 맞다. 나는 융통성이 없다. 그래서 매년 의도를 세운다. 작년보다는 조금만 더 유연해지기를, 융통성을 1%라도 키우고 고지식함을 그만큼 줄여나가자고 말이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삶이란, 참 쉽지가 않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날씨는 제각각 다르지만 결국 한 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합쳐서 이루어진다. - 제갈건,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철은 각기 기후가 다르지만 하늘은 한편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한 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비가 퍼붓고 있는 오늘, 험난한 출근길을 경험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이 문장에서 힘을 얻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회사는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 그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하다. 반드시 해야 될 일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다. 오늘은 왠지 나를 텅 비우고, 무엇이든 수용하고 반기고만 싶다. 마음처럼 잘 될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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