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생일인데 뭐 필요한 거 없어?
나이가 들면서 생일이 반갑지 않다. 한 살 더 먹었어도 나잇값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내 인생에 미안해져서다. 그러니 선물 받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선물로 받는 물건도, 그 순간의 기쁨과 설렘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예전엔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일인가.
생일 선물은 필요하지 않고, 그저 함께 차나 한잔 마시면 좋겠다 답했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가까운 곳도 좋았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차 마시러 제주도나 갈까?
차 마시러 제주까지 가야 하나 싶어도 차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다. 맛집을 가지 않아도 좋다. 그저 차만 실컷 마시고 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일정은 짧게 동선은 단순하게 짰다. 가보고 싶은 찻집을 물색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찻집도 쉬는 날이 있으니 우리의 일정과 겹치는 곳은 빼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찻집으로 향했다. 아이들 없이 단출하게 다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아이들이 더 커서 독립하면 비슷한 기분이 들려나?
올레길 중간에 위치해 있던 찻집이 마음에 들었다. 중국분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푸근한 고향집 같았다. 정말 많은 종류의 중국차를 마시고, 또 마셨다. 남편과 나는 차를 정말 빨리, 많이 잘 마시는 사람들이다. 찻집 사장님께서도 놀라셨다. 이렇게 차 잘 마시는 한국사람 많이 못 봤다면서 말이다.
비싼 차 먹지 마요, 비싼 다기 필요 없어요.
그냥 편한 거, 내가 좋은 거 골라 마시고 써요.
그래, 차 생활도 남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꼭 비싼 차호를 사고, 더 비싼 차를 사야 차 생활을 잘하는 게 아니다. 툭, 던지시듯 하신 말씀에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모르게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저울질하며 살아온 삶이 아닐까 마음이 어두워졌다. 그냥 편한 거, 단순하게 생각하고, 내가 좋은 걸 기꺼이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다. 차를 마시면서 또 인생을 배웠다.
우울할 때도 차를 마시고, 우울하지 않을 때도 차를 마시는 요즘 나는 잘 살고 있을까?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답게 살아보자. 우울한 순간도, 그렇지 않은 순간에도 오로지 나답게, 나의 모습 그대로 수용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