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과 갱년기는 동시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책을 읽어 알고 있었다. 12개월 동안 생리가 멈췄다면 폐경(요즘엔 완경)이라 할 수 있겠으나, 갱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완경 전후 10년을 갱년기라고 한다 하니 나에게 완경까지는 5년도 채 남지 않았을 것도 같다.
폐경과 갱년기는 동일어가 아니다. 나는 30대 후반에 갱년기가 시작된 게 분명하다. 그때부터 골골대며 아프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돌아보니 잠을 푹 못 자고, 깨더라도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 오십견과 손목통증,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도 40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40대 초반이었고, 이제 4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나는 항우울제까지 먹고 있지 않은가.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 호르몬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감소하게 되고, 그런 급격한 호르몬 변동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불편함에 시달립니다. 우리는 환경 후 50년 가까이 여성 호르몬의 혜택 없이 살아야 합니다. - 다카오 미호, <갱년기 교과서> 중에서
당연한 줄 알고 넙죽 받기만 하다가 사라지면 큰 일어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성 호르몬이었다. 평소에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다. 심지어 귀찮아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남은 인생은 여성 호르몬 없이, 건강하게 살려면 뼈를 깎는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의 우울증도 기름에 불을 들이부은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게 갱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갱년기 우울증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딱 겹치고 말았던 것 같다. 내 몸에 대해서 이렇게나 무심했다니,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회사에 목을 매고 살았을까. 그렇게 일이 좋았던 것일까. 일하는 내 모습에 집착했던 것일까.
무엇을 먹고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어떤 잠을 잤는지, 실천하는 모든 것이 '미래의 자신'을 결정합니다. 매일이 베스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 다카오 미호, <갱년기 교과서> 중에서
이미 갱년기는 시작됐고, 완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나는 잘 자고, 잘 먹고, 최선을 다해 즐거워지려고 한다. 항우울제의 도움도 받고, 매일 운동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과거가 아니라, 다가올 나의 50대와 60대를 생각한다. 어둡고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가볍고 화사해진다. 이렇게 글쓰기로 내 감정을 살뜰히 챙기면서 갱년기의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