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질문받으면 본능적으로 답을 찾게끔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답을 찾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애초에 질문받는 걸 두려워합니다. 학생 때 선생님의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 마음으로 기도했던 적 누구나 있을 겁니다. 안 걸리길 바라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더 잘 지목당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막상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은 백지가 됩니다. 그러고는 등 뒤로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게 되지요. 우물쭈물하다가 생각나는 대로 내뱉습니다. 운이 좋으면 근사치의 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고 쭈뼛쭈뼛 다시 앉을 겁니다. 이 순간의 기억은 질문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남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질문을 멀리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지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을 '질문 속에 글감'이 있다고 바꾸겠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는 글감을 찾기 어렵다는 공통된 문제(위기)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조금 더 수월하게 글감을 찾고 싶어서 이 글을 읽는 중이고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문제의 답은 바로 '질문'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글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감은 쉽게 찾는 건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할까요?
특별한 사람만이 글감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무엇인가요?
보이는 것에 대해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그것에 대해 써볼 생각은 안 하셨나요?
그 주제를 쓰면 독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앞에 나열한 질문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답을 찾아보셨나요? 읽으면서 답이 바로 떠오르는 질문도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볼 질문도 보였을 테고요. 어떤가요? 정말 글감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하셨나요?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관심이 없어서 글감을 찾지 못했던 건 아닐까요?
질문이 식상한가요? 조금 더 특별한 질문을 찾으시나요?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이런 질문 나만 할까요? 나만 그저 그런 일상을 사는 걸까요? 누구나 다 고만고만한 하루를 보냅니다. 자책도 하고 상사와 부딪치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걸 먹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곧 글감이 됩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99퍼센트의 일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질문이 떠오를 겁니다. 그 질문들을 글로 적는 겁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바랍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그런 고민을 글로 쓰며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더 좋은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글쓰기가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도구인 이유입니다. 글을 통해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고요
내가 안다는 건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경험만큼 살아가는 대 도움이 되는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경험을 다 해보고 내 것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없기에 우리는 책을 읽고 정보를 찾고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상대방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나에게 어떤 경험이 있는지 질문해 보고 그걸 적는 겁니다. 나만큼 그 경험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없습니다. 잘 안다는 건 그만큼 수월하게 글로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질문하고 생각나는 대로 쓰는 그걸 끝입니다.
2주에 한 번 진행되는 무료특강에 단골 질문이 있습니다. "작가님만의 글감 찾는 방법이 있나요?"입니다. 글감은 찾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고민하고 쥐어짜서 글감을 찾을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 언뜻 스친 생각 평소 취미나 특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쓰는 겁니다. 골라서 선택하는 데 특별한 재능이 필요할까요? 대단한 소재를 찾아서 엄청난 대작을 쓰려고 글감을 고민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만한 글을 쓸 능력이 있었다면 글감도 덜 고민했을 테고요.
여러분도 저도 평범한 일상을 삽니다.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껴지는 모든 게 글감이 됩니다. 그걸 쓰겠다고 선택하는 순간 말이죠. 생각하기보다 감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잘 쓰려고 어깨에 힘을 주기보다 긴장을 풀고 내 옆에 친구에게 대화하듯 써 내려가는 겁니다. 그렇게 쓴 글이면 충분합니다. 나만 읽어도 그만한 가치 충분하고, 주변 몇 사람만 읽어도 더 근사한 글이 될 것입니다. 유유상종이라고 했습니다. 내 글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만 모이는 법입니다. 그들과 소통하며 지내기에도 바쁩니다. 그러니까 글감 고민은 그만하고 그냥 쓰면 좋겠습니다. 이제 글감은 차고 넘친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가져다가 쓰면 됩니다. 고민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