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의 쓸모

[교육]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by 김형준

우리 집 둘째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의식이 흐르는대로 행동하는 스타일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다음 행동이 예상되지 않고 가끔은 ‘아 저런 행동도 하는 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입니다. 색종이 한 장도 자신의 손을 거치며 함부로 못 버리게 합니다. 어쩌다 버리기라도 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또 어떤 건 아무런 저항 없이 버리기도 해서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올 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지금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 돌봄 교실에 가면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활기 넘치고 활동적인 면도 좋지만 필요한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지금은 노는 게 필요하다고 하지만 마냥 손 놓고 방목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공부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섣부르게 강요도 못 합니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어질 내용에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큰 아이의 성향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큰 아이는 반반씩 갖고 있습니다. 활동도 좋아하는 반면 의자에 앉아 있기도 좋아 합니다. 어려서부터 정적인 활동도 거부감 없이 곧잘 했습니다. 그런 성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자신에게 필요하며 진득하게 앉아 끝장을 보는 성격입니다. 큰 아이는 다섯 살부터 학습지를 했습니다. 최근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의욕만 앞서는 작은 아이 눈에 학습지 하는 언니가 부러웠나 봅니다. 부족한 공부를 위해 학습지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덥석 물었거든요. 저도 반신반의하며 1년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기질은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작은 변화는 있을 수 있어도 기본을 이루는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판단하기 이르긴 하지만 작은 아이 기질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는 외부 활동에 더 최적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학습지를 구독한 초반엔 밀리지 않고 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밀리고 량이 많아졌고, 급기야 한 달 치가 밀렸습니다. 7월분 학습지는 이미 도착했는데 아직 6월분 학습지를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5월분 학습지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안 비밀로 하겠습니다.


학습지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시작할 때 아이의 의사를 묻고 원해서 시키기는 했습니다. 스스로 해보겠다고 하니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언니가 갖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두 아이는 분명 다른데 무얼 기대했던 걸 까요. 기대를 내려놓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잘하고 좋아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게 현재로썬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더하기 빼기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 미술학원엔 빠지지 않고 갑니다. 한글 공부보다 태권도를 좋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갑니다. 학습지 할 때의 눈빛 보다 미술과 태권도 이야기에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면 분명 더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공부에도 관심이 갈 거라 믿어봅니다. 그때가 되면 다시 학습지가 쓸모 있어지지 않을까요. 쓸모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그걸 원하는 이가 필요로 할 때부터 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 한 페이지 - 걸어서 파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