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에서 배운 인생
설거지까지 마치니 8시였다. 남은 시간 책도 보고 뉴스도 봤다.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큰 딸과 뉴스에 나오는 BTS 보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언니가 잠든 뒤 잠이 안 오는 작은 딸이 뒤척인다. 옆에 누워 몇 마디 나눈 뒤 다시 나왔다. 잠시 뒤 잠이 들었는지 방안이 조용하다. 오랜만에 여유 있는 저녁 시간이었다.
나만 그랬을까? 저녁을 준비하는 게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라 할 수 있을까?
"청소년들은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잘한다고 느낄수록 이들의 자아존중감이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아버지가 제 역할을 얼마나 잘하는 가에 따라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청소년기 자녀들이 아버지의 양육행동이 애정적이고 합리적이며 자율적이라고 여길수록 아버지의 양육행동은 자녀의 자아존중감 발달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좋은 아버지로 산다는 것》- 김성은
아버지로서 해야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어쩌다 하루 저녁을 차려줬다고 좋은 아버지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아이들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관심의 표현도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이와 거리를 좁히고 대화가 될 수 있는 아버지를 바란다면 어쩌다 한 번 차리는 저녁상이 아니라 평소에 관심을 보이고 표현을 하는 게 더 필요할 것이다. 관심과 표현을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하기보다 가용한 시간과 상황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령 퇴근이 늦을 경우 영상 통화를 이용해 짧게라도 통화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평소 다정하지 못한 탓에 애정표현이나 깊은 대화를 시도해보지 못했다. 어쩌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가 있으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내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지면 아이는 지루해하는 것 같았다. 아이 수준에 맞게 설명을 못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마 못가 대화가 끊긴다. 물론 둘 사이에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그럴 수도 있다. 좀 더 생각이 자라면 지금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가서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지금부터 라도 조금씩 대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꼭 필요할 것 같다. 서로에게 만족할 수 없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거리를 좁히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