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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의심이 들 때

by 김형준


의심과 불안은 한 세트입니다. 의심이 생기면 불안이 자라고, 불안이 시작되는 원인에는 의심이 있기 때문이죠.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반대로 작동할 때도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의심과 불안을 원동력으로 보란 듯이 성공해 내기도 하죠. 30대에게 자기 일은 이 둘 중 어디에 해당할까요? 아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찍부터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면 의심과 불안은 원동력으로 자리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일을 하는 내내 자기를 옭아맬 것입니다. 전자는 시간이 지나도 자기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후자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며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불안과 의심은 지극히 당연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시 때부터 인류는 불안으로 인해 생명을 지킬 수 있었죠.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불안을 감지하는 감정에 의지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한 심리 상태가 시대가 변하면서 외부 자극만 변하였을 뿐 우리가 불안할 때 느끼는 감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회적 비교입니다. 사람은 타고나기를 비교하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비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면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비교를 통해 자신을 깎아내리는 데 있습니다. 동료의 승진을 자신의 무능력과 연결시킵니다. 내가 가고 싶었던 직장으로 후배가 이직했다면 자신의 역량을 의심합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임에도 스스로 비교하고 초라하게 여깁니다. 그보다 상대방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에 대한 통제감 상실입니다. 직장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게 더 많은 곳입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역할도 정해져 있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한 사람에게만 영향이 미치지 않는 구조이죠. 그렇다고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의 책임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겁니다. 마치 남의 문제가 내 문제인 것처럼 그로 인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여기는 거죠. 이런 상황은 결국 자신의 불안을 더 키울 뿐입니다.


세 번째는 정체성 혼란입니다. 20 대 때는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의심할 단계가 아니죠. 30대가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때 선택에 따라 남은 시간 어떤 삶을 살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길이 아니라면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할 때이기도 하죠. 고민에 빠집니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용기를 내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를요. 이 시기에 정체성 혼란이 시작됩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30대가 속한 이 시기를 ‘친밀감 대 고립감’, ‘생산성 대 침체’의 과업이 맞물리는 때라고 정의했습니다. 바꿔 말해 일과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작가라는 직업을 마흔셋에 선택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앞에 적은 세 가지 과정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능력이 부족해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했을 땐 잘 나가는 친구와 비교했었습니다. 직장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인 걸 자각하지 못했기에 잦은 이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이직할 때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이쯤에서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놓고 말이죠. 이런 불안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다행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직장에 다니면서 긴 시간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그 고민 끝에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기에 이릅니다. 작가를 선택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직업으로써 작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는 불안과 이 일이 나와 잘 맞을지, 수입은 얼마나 될지 의심이 들었죠. 그래도 이 일을 선택한 건 나이 먹어서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역량껏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한다는 게 매력 있었죠. 평생 공부하면 근사하게 나이들 수 있는 흔치 않은 직업이라는데 끌렸습니다.


“사람은 불안함을 느낄 때 가장 크게 성장한다.” 칼 로저스의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그랬습니다. 직업을 탐색하는 과정과 선택하고 잘하기 위해 노력해 온 모든 과정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남과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무엇인지 분명히 합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이후 이 일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 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건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도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회피하기보다 자신의 성장에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도움도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불안을 없애려고 부정하기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요? 신호등은 차들끼리 사고 없이 원활하게 흘러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그 신호에 따라 움직여야 하죠. 불안도 우리를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는 일종 신호등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불안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탐색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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