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과거는 때로 얼룩진 원고지 같습니다. 지우개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잉크 자국처럼, 어떤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선명한 통증으로 남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아픈 페이지를 찢어버리거나 덮어두려 애씁니다. 하지만 보지 않는다고 해서 문장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덮어둔 문장은 내면에서 곪아 터져, 우리가 새로운 인생의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발목을 잡곤 합니다.
글쓰기는 이 얼룩진 원고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기억을 삭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억을 '피해자의 언어'에서 '관찰자의 언어'로 다시 쓰는 과정, 즉 인생의 퇴고 과정입니다.
상처를 문장으로 옮길 때 일어나는 기적
고통 속에 있을 때 우리는 그 감정과 나를 동일시합니다. "나는 불행하다"는 문장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것이죠. 하지만 종이 위에 그 고통을 적어 내려가는 순간, 기적이 일어납니다. 고통은 내 안에서 밖으로 밀려 나와 '객체'가 됩니다.
"나는 어제 그 사람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이렇게 적는 순간, '상처'는 더 이상 나를 지배하는 실체가 아니라 내가 관찰하고 다듬을 수 있는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자기 객관화'의 힘입니다. 내면의 비명이었던 고통이 활자가 되어 종이 위에 안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퇴고의 기술: 상처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기
상처 입은 마음을 퇴고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형용사'를 줄이고 '동사'와 '의미'를 채워 넣는 것입니다.
초고: "나는 그때 너무나 비참했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나를 버렸고 나는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퇴고: "그 사건은 내가 타인에게 기대었던 자존감의 실체를 확인시켜 주었다. 아팠지만, 덕분에 나는 홀로 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초고가 감정의 배설이라면, 퇴고는 '상처의 재해석'입니다. 고통스러운 사건 그 자체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사건이 내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끝'이 아닌 '배움'이라는 단어로 교정하는 순간, 우리 인생의 서사는 비극에서 성장담으로 뒤바뀝니다.
두 번째 인생을 위한 첫 번째 교정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과거의 상처는 가장 귀한 글감이 될 수 있습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읽어낼 수 있고, 넘어져 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문장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로서 제가 장담컨대, 세상에 쓸모없는 상처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 '퇴고되지 않은 문장'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펜을 들어 당신의 아픈 기억을 꺼내어 보십시오. 그리고 물어보십시오. "이 문장을 어떤 희망의 단어로 고쳐 쓸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을 적는 순간, 당신의 상처는 더 이상 흉터가 아닌, 당신의 인생을 증명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퇴고 연습]
Q. 당신을 여전히 아프게 하는 기억 하나를 꺼내어 보세요. 당시의 감정을 쏟아낸 후(초고), 그 경험이 당신에게 준 단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나 깨달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세요(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