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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12. 2022

달리기, 아내를 꼬드기는 중

2022. 09. 12.  06:58



영상은 다시 보기가 됩니다. 음악도 되감기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책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다시 읽기가 가능합니다. '다시'가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한 번 흘러간 '지금 이 순간'입니다. '이 순간'에는 '시간'에 의미도 있지만 어디선가 누군가 함께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거나, 연인과 나란히 영화를 관람하거나, 아이들과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합니다. 함께 하는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으로 추억할 뿐입니다. 때로는 아쉬움이 남기도하고 후회 없이 행복한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가 안 되는 것 중 다른 하나가 바로 건강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 잃은 건강은 예전으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제 딸들과 비슷한 나이의 두 딸을 키우는 지인이 있습니다. 3개월 전, 안부 전화 중 아내 몸이 안 좋아서 검사받으러 병원에 간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이른 아침 전화가 왔습니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3개월 전 급성 간암 진단을 받고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번 추석 하루 전 처가 식구의 단톡방에 작은 형님께서 소식을 전했습니다. 작은 아주머님의 유방암 수술 일정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지인의 아내도, 처가의 작은 아주머님도 저보다 몇 살은 적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나이 순으로 건강을 보장받는 게 아님을 되새겼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챙겨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닌 의무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 건강을 남이 챙겨주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40대는 해야 할 일이 많은 때입니다. 자기 몸 돌볼 시간에 직장과 가족을 챙겨야 할 나이입니다. 일과 가정에 의해 자기 몸은 우순선위에서 멀어집니다. 어쩌면 빠듯한 일상을 살다 보면 내 몸을 챙겨야 하는 걸 잊고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주변 사람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건강을 위해 당장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닙니다. 마음만 있을 뿐 몸이 따라주지 못합니다.


2년 전 식단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건강 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미루면 내 건강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운동할 여건이 안 돼 우선 식단관리부터 시작했던 겁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10킬로그램을 뺐습니다. 몸무게만 빼는 게 건강한 몸은 아닙니다. 나이 들수록 근육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읽고 쓰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8개월째 운동을 이어온 덕분에 근육이 붙고 있습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꾸준히 뛴 덕분에 폐기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식단관리와 운동을 함께 한 덕분에 일상을 덜 피로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내 몸 내 건강은 챙기고 있지만 아내의 건강도 걱정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운동을 한 다는 건 다른 한 사람이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건강하면 더 빨리 불행한 순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부부가 함께 건강하면 더 오래 행복한 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도 직장과 대학원 공부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것 맞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내 몸이 건강할 거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쥐어짜서라도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라도 달리기를 하자고 꼬드기는 중입니다.  


달리기를 선택한 건 시간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를 통해 폐와 심장 기능이 향상됨으로써 혈액순환이 잘 되고 이는 산소, 영양원, 호르몬, 면역세포 등을 빠르게 전신으로 공급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나 노폐물을 빠르게 배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경조직과 내부 장기, 근육과 골격, 피부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게 되고 이는 곧 몸을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염색체에 있는 텔로미어는 노화를 관장하는 걸 알려져 있습니다. 울리히 라우프스 교수는 26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달리기, 인터벌 운동, 중량 운동을 주 3회, 45분, 6개월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달리기와 인터벌 운동을 실시한 그룹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달리기의 모든 것-남혁우 참조)


이밖에도 달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시간과 환경을 핑계로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주말 이틀은 달려보려고 합니다. 호수공원 한 바퀴는 4킬로미터가 조금 넘습니다. 한 번에 뛰는 건 무리입니다.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 가볍게 몇 바퀴 돌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정해진 코스를 나란히 뛰면서 남은 시간도 건강하게 나란히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2022. 09. 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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