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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21. 2022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

2022.  11.  21.   07:24


과거에 사로잡힐 때 우울을 느끼고,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할 때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우울과 불안은 감정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은 27가지라는 연구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 발표가 있기 전에는 우리의 감정을 크게 기쁨, 슬픔, 분노, 공포, 혐오, 놀람의 여섯 가지로 구분 지었습니다. 이 여섯 가지 감정을 토대로 복합적인 감정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감탄, 동경, 흥분, 공감성, 고통, 불안, 몰입, 안도, 사랑, 만족, 혐오 등 27가지 감정으로 세분화시키며 인간의 보편적 감정으로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중 우울과 불안은 일상에도 깊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울과 불안은 생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무언가 상실했던 기억에 사로잡히면 우울을 불러오고,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불안한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우울과 불안을 이겨낼 방법이 없을까요? 상호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정이 있는 반면, 우울과 불안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감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며 해결 방법도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 김아라 참조)


마흔이 넘어가면서 더 좋은 직장을 갖는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고만고만 경력과 스펙으로 많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게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른 퇴직 후 내 일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럴만한 여력도 깜냥도 부족했습니다. 남들에 비해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장 직장을 잃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답이 없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할수록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불안할수록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아무 준비도 없이 시간만 보낸 게 후회되었습니다. 미리부터 준비를 했다면 이런 불안은 생기지 않았을 거라면서요. 그런 생각이 자랄수록 우울해지기만 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든 자기 일을 하든 취업을 준비 중이든 말이죠. 어느 자리에 있든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가 있기 마련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 두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불안 때문에 우울감만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두 감정 때문에 자연스레 술을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신다고 달라지는 게 없는데도 취기 오른 그 느낌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봐야 깨고 나면 다시 현실과 마주하는 악순환이었지요.     


우울과 불안은 여전히 따라다닙니다. 그나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덜 자주 느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 순간은 우울과 불안의 감정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을 때 눈에 들어오는 내용에만 집중하고, 글을 쓸 때는 지금 쓰는 내용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일종의 훈련인 것 같습니다. 지금에 집중하는 훈련입니다. 우울이 과거에 사로잡힐 때 드는 감정이고 불안은 미래를 걱정할 때 드는 감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감정을 느낄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때 필요한 게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의미는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주어진 일을 해내는 순간입니다. 


지금에 집중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을 겁니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극복해내는 방법이 있다면,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을 이해받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정답을 찾기보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받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상대방에게 이해받는 과정을 통해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같은 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붙잡혀 우울을 겪고 책을 읽은 분, 미래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는 분. 한 분 한 분의 경험을 전해 들으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앞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는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어난 일, 일어나지 않은 일에 마음과 에너지를 주기보다 당장 내 손에 들린 책과 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오늘 읽어낸 책은 성취감을 주고, 오늘 써낸 한 편의 글은 만족감을 갖게 했습니다. 성취하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불안과 우울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벗어난다는 의미는 조금 덜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걱정할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내는 것입니다. 성취하고 만족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내가 바라는 내일도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테니 말입니다.


2022. 11. 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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