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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4. 2023

잘 쓰기 위해 잘 사는 중입니다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만 담으라고 합니다. 하나의 의미가 담긴 짧은 문장에는 힘이 느껴집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문장은 의미 전달도 안 됩니다. 내가 쓰는 문장 길이 따라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문장에 따라 삶도 달라진다는 걸 글을 쓰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글쓰기는 제 인생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글쓰기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몰랐겠지요.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쓰면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은 늘 의미로 가득했습니다. 다만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기록하고 기억하고 마음에 새겼다면 분명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후회는 늘 남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건 후회 뒤 무엇을 얻고 남기느냐 일 겁니다.


뒤늦게 글쓰기를 배우며 지난 시간으로 되돌아가 보았습니다. 세 아들을 키우기 위해 당신의 인생을 포기했던 부모님이 보였습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지 못했던 제가 있었습니다. 부족한 걸 알면서도 노력보다 요행을 바랐던 저도 보입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저를 외면하고 싶습니다. 힘을 가졌다고 아이들에게 함부로 휘두르는 못난 모습도 저였습니다.


후회 속에는 기회도 숨어 있습니다. 후회를 바로잡을 기회인 것이죠.


후회만 늘어놓는 글은 저도 읽기 싫습니다. 후회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와 좁히지 못하는 거리가 존재합니다. 더 늦기 전에 철이 들어야 할 텐데요. 그동안 받은 사랑을 적다 보면 조금씩 철이 들어가겠죠.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5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밥벌이가 될 만큼 실력을 쌓는 중입니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몰랐을 때보다는 하루하루가 의미 있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의미입니다. 밥벌이와 의미 두 가지를 잡기 위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사람 앞에 나서는 게 어려웠습니다. 식은땀에 목소리는 기어들어갔습니다. 할 말보다 못하는 말이 더 많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작가이자 강연가가 되려고 합니다. 글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사람 앞에 서는 것도 용기 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참여자가 연필 한 다스이지만 1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아이들 이야기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목구멍에 걸려 평생 쓴맛이 날 것 같습니다. 꽃망울은 소리 없이 제 모습을 찾아갑니다. 어느 날 문득 눈길을 줬을 때 봄꽃의 자태가 눈에 들어오듯 두 딸과의 관계도 그렇게 나아지길 바랍니다. 소리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건 제 몫이고요.


짧은 문장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해 매일 썼습니다. 매일 쓰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40년 가까이 글과 떨어져 살았으니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잘 쓰기 위해 연습하고 잘 살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이 쌓여 후회를 기회로 바꾸어가는 중입니다. 짐작건대 꽤 괜찮은 문장을 쓰게 되는 그때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쓰면 쓸수록 나아지는 문장처럼 살면 살수록 나아지는 삶이길 바랍니다. 매일 책 읽고 글을 쓰면서 말이죠.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4068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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