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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16. 2023

같이 읽기의 가치 - 독서 모임

~했더라면

읽고 쓰는 걸 빨리했더라면. 이 두 가지를 늦게 시작했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행인 건 적어도 더 늦기 전에 시작했고 6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건 단연코 이 두 가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독서 모임입니다.


책사세 - 책 읽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소수 정예로  운영된 독서 모임이었습니다. 리더는 《고수의 질문법》, 《고수의 독서법》, 《몸이 먼저다》를 쓴 한근태 작가였습니다. 어떤 주제이든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언변을 넋 놓고 들었습니다. 책에서 얻는 게 덤이 될 만큼 여러 주제의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누어 줬습니다. 그 시간의 감흥이 책을 꾸준히 읽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도 한근태 작가처럼 박식해지고 싶은 욕심이 그때 생겼던 것 같습니다.


지혜의 깊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독서와 글쓰기 해온 한근태 작가를 따라가려면 6년은 턱도 없을 겁니다. 그나마 독서모임을 통해 책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몸으로 배우게 되었고, 그만큼 간격이 좁혀졌다고 생각합니다. 롤 모델을 갖는 건 분명 또 다른 효과가 있다고 믿습니다. 책이 주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있을 테니까요.


월간책방 - 한 달에 두 권 책을 읽습니다

2022년 3월, 독서 모임 운영자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시작했습니다. 멤버는 저를 포함 여섯 명입니다. 모든 시작이 어색하고 엉성하듯 첫 모임도 그랬습니다. 화면을 통해 만났지만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모임장이니 무언가 하나라도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말주변도 없고 유려하지도 못해 버벅대기 일쑤였습니다. 너그러운 멤버를 만난 덕분에 차츰 안정을 찾아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장 큰 고민은 책을 고르는 것입니다. 한 달 동안 읽을 지정 도서를 고르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마다 독서 성향이 있는 터라 유행만 좇아서도 분야가 치우쳐서도 안 될 거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책 선택만큼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적어도 모두에게 남는 게 있는 그런 책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책을 선물하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선물로도 받아봤고,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책 선물은 결국 주는 사람만 만족한다는 겁니다. 같은 책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때'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으면 선물로 효용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선물은 안 하기로 마음에 굳혔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을 선정하는 것도 책 선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아서 추천하지만 참여자에게는 별 감흥을 못 줄 수도 있습니다. 읽어도 남는 게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인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요할 성질이 아닐 테니까요. 그러니 신중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지금까지 13권을 함께 읽었습니다. 모든 책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겁니다. 잘 안 읽히는 책, 공감이 안 되는 책,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모르는 책등. 저마다 남는 게 분명 달랐을 겁니다. 혼자 읽었다면 거기까지입니다. 독서 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 명이 읽고 나면 사람 수만큼의 결괏값이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결괏값을 한데 뭉쳐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독서 모임입니다. 저마다의 생각을 듣고 생각하고 다시 내 것으로 재 생산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걸 알게 되기도 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겸손을 배우기도 합니다.  


제가 독서 모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가치는 다름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함께 읽은 책에서도 배울 게 있지만, 같은 책에서 다른 생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함께 읽는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읽으면 더 좋겠지만) 토론에 참석하고 의견을 말하고 듣는 과정에서 분명 배우는 게 있습니다.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과정이 어쩌면 책을 읽는 것보다 한 차원 높은 지적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저마다의 경험, 지혜, 가치관이 버무려져 영영 가가 더해질 테니까요. 그런 양질의 생각은 토론을 통해서만 주고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후회의 재발견

이번 달 함께 읽는 책은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후회는 그림자와 같습니다.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평생 달고 다니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유익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후회로 남은 일을 단순히 '했더라면'으로 그친다면 더는 성장할 기회가 사라지는 겁니다. 대신 '적어도'라고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기회를 갖는 거와 같다고 알려줍니다. '적어도' 시도를 했다는 것과 도전을 '했더라면'의 차이인 것이죠.


지금의 저도 '적어도' 1년 전 독서모임을 시작했기에 이전보다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곁을 지키는 이들도 적어도 시작할 때보다는 여러 면에서 변화하는 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들도 '적어도' 1년 전 시작했기에 그때와 다른 자신과 마주하고 있을 테니까요.


신중하게 고른 책이었습니다. 이왕이면 모두에게 의미 있는 책이길 바랐습니다. 다음 주 모임까지 빠짐없이 다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마다의 후회의 재발견을 통해 적어도 후회가 남지 않는 시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후회가 적을수록 삶도 더 가치를 더할 거로 믿습니다. 함께 읽으면서 같이 성장하는 것 또한 가치 있을 테고요.




https://m.blog.naver.com/motifree33/22307096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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