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May 14. 2023

글은 손으로 쓴다


몇 분 동안 생각만 하다가 끄적이는 단어로 시작했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 뇌는 집중을 못 한다. 0.7초마다 생각이 바뀐다. 생각은 방사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생각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손을 움직이든 산책하든 운동하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대신 가만히 앉아 시간만 죽이지는 않는다. 손을 움직이면 글을 쓰게 될 것이고, 산책이나 운동하면 몸에 자극을 줄 것이다.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오롯이 생각만 해야 할 때다. 글을 쓰기 위해 빈 화면을 마주했을 땐 생각보다 손을 움직이는 게 먼저다. 생각하고 있어봐야 한 글자도 못 쓴다. 아무 단어나 끄적여야 글감이 떠오르게 된다. 그러니 생각은 평소에 하는 거다. 책 읽을 때, 대화할 때, 산책할 때, 운동할 때, 운전할 때 등. 평소에 다양한 생각을 하면 글 쓸 때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생각의 크기를 키우면 더 좋다. 생각의 크기를 키운다는 의미는 다양한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는 걸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바꿔 말하면 아는 만큼 생각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생각의 폭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편식은 영양의 불균형을 낳는다.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진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장르에 관심 가질 때 생각도 넓어진다. 작곡가에겐 음악적 영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영감을 얻기 위해 음악만 들을까? 아니다. 영감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얻는다. 내 주변에 호기심을 가질수록 보이는 것도 많아진다. 그래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사람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자극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작곡가처럼 창의적인 직업이 아니어도 일상에 촉을 세우는 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창의적인 사고는 생각과 생각이 충돌할 때 일어난다고 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게 아니다. 샤워 중 떠오르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스치기도 하고, 자려고 누웠을 때 생각나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생각하다 보면 불현듯 떠오르게 된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도 창작이다. 세상없던 걸 써내는 건 아니다. 평소 생각 중 글감을 정하고 주제를 정해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풀어내는 것이다.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적는 건 오롯이 나만이 쓸 수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는 다른 이의 그것과는 분명 구분이 된다. 같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여럿이 비슷한 경험을 할 수는 있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는 의미이다. 100명이면 100개의 지혜가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얻은 지혜를 담으면 그게 바로 독창적인 글이 되는 것이다.


철학자만 사유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유한다. 공자님 말씀만큼 인사이트가 없으면 어떤가. 몸소 경험하고 체득한 지혜만큼 독특하고 값진 건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아는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의 경험과 지혜가 공자님 말씀보다 더 가치 있어질 수도. 길게 적었지만 결론은 이거다. 백지를 마주했을 땐 생각하고 망설이기보다 손부터 움직이는 거다. 떠오르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화면을 채워가다 보면 더 좋은 글을 쓰게 된다고.


단, 일상에 호기심을 갖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거다. 내 생각과 경험의 가치는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해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걸 글로 표현하는 것만큼 근사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써보면 좋겠다. 쓰다 보면 분명 생각도 정리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일단 쓰자.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95989385


매거진의 이전글 수선이 필요 없는 바지, 수정이 필요 없는 문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