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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23. 2023

경기 불황에도 글은 쓸 수 있다


'립스틱 효과'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비싼 화장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을 산다는 의미이다. 마트 시식코너가 많아지면 불황 징조 중 하나라고 한다. 사람들은 식비를 제일 나중에 줄인다고 한다. 이 말은 식비를 줄이면 마트 소비도 줄고 식재료가 덜 팔린다. 식재료 업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식코너를 늘려 매출을 올리려 안간힘 쓴다고 한다.


소비가 줄면 자연히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영향이 안 미치는 곳 없다. 건설업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까지 경험한 건설업은 호황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건설업은 소비는 물론 부동산 경기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이 호황이라고 해서 건설업도 덩달아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시간차 때문이다. 건물이나 아파트는 라면처럼 하루에 수만 개 만들지 못한다. 부동산에 돈이 돌아 건설로 이어져도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1년에서 길면 3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경기가 언제 어떻게 요동 칠지 아무도 예측 못 한다. 기껏 건물 짓겠다고 투자해도 경기가 썰렁해지면 투자금 빠져나가기 부지기수다.


대기업도 해마다 수주 실적이 들쭉날쭉하다. 덩치가 클수록 고정비가 많은 법이다. 이를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수주와 실적이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다른 경기 영향 탓에 예측이나 실적을 전망하기 어렵다. 그러다 어느 한 곳에서 삐끗하면 대량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을 한다. 인건비를 줄이는 게 쉽고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신문 기사나 칼럼에서 볼 법한 내용이다. 현상과 정보만 나열한 글이다. 이런 글에도 전하고 싶은 주제의식을 담으면 제법 근사한 글이 완성된다. 그러니 다양한 분야에 촉을 세우면 여러 장르의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다양한 주제를 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재와 주제에 제한 둘 이유 없다. 글은 쓰는 사람에 따라 같은 주제도 다른 내용으로 쓰기 마련이다. 사람 생김이 제각각인 것처럼 글마다 담기는 경험이 다르다. 경험이 다르면 메시지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같은 업종에 종사해도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게 다르다. 같은 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해석이니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하나의 답이 될 뿐이다.


글에 담기는 소재도 주제도 경험의 한계도 없다. 어떤 주제를 써야 한다고 정해놓은 것도 없다. 쓰고 싶은 게 있으면 느낌과 생각, 가치관에 따라 쓰면 된다. 다양한 글이 많아질수록 읽는 사람의 의식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장르로 자연스레 관심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권에 담긴 다양한 글에서 여러 주제로 관심사를 넓힐 수 있다. 자기 계발서 읽다 보면 인문, 소설, 철학, 고전, 경제, 경영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게 된다.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글도 쓰다 보면 관심의 폭이 넓어진다.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찾다 보면 자연히 주변으로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평소 지나쳤던 것들도 새롭게 보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으려 한다. 내가 하는 일도 새롭게 정의해 보고, 만나는 사람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내 주변에 사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얻어진 글은 저마다 메시지가 담긴다. 메시지가 다양하고 풍부해지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더 나은 가치를 찾을수록 더 나은 삶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당연하게 바라보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삶이 되고 만다.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살았을 때는 그렇게 사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삶이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다 여겼고, 내 잘못 보다 남 탓하는 게 쉬웠다. 그래봐야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실패는 인정하고 바로잡았을 때 가치가 있다. 실패가 끝이라고 여기면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게 있다는 걸 글을 쓰면서 야 알게 되었다. 글에 담아낼 수 있는 게 무궁하다는 걸 이해한 뒤였다. 그런 것 같다. 내 시야가 넓어질수록 나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다. 하찮은 것 같았던 경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에는 한계도 정해진 것도 없다. 관심 갖고 바라보고 의미를 찾는 모든 것들이 글이 되고 메시지가 된다. 그러니 글감이 없어서 못 쓰겠다는 핑계 대신 뭐든 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글을 더 재미있고 꾸준하게 쓸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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