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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abutomby Feb 22. 2020

스플릿 보드 만들기

보드 연구자의 핸드메이드 파우더 스노우보드 제작기

Episode 2: 스플릿 보드 만들기


  사실 나는 스키를 타본 경험은 없다. 스키 부츠에 발을 넣어본적도 없다. 보드를 10년 넘게 타오면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것 같다. 한런 한런의 소중함을 주장하면서 눈 위에서의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얼른 파크로 가서 연습해야지... 뭐 이런 합리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생각하면 참 어리석었고 기특한 이유인듯 하다. 


  스플릿보드는 기본적으로 스노우보드의 한 종류로, 보드를 쪼개서 스키로 탈 수 있다는 것이 그 기본 개념이 되겠다. 그러나 사실 이걸 스키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서 쪼개는 것은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백컨트리를 위해, 산악스킹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것이 스플릿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알았다). 스키의 경우에, 바닥면에 방향성이 있는 직물을 붙이고, 약간의 경사면 혹은 설면을 역방향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스노우보드의 경우 발이 양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세는 힘들고, 따라서 보드를 쪼개서 스키처럼 타고 산이나 파우더에서 부력을 유지한채 올라가거나 평지를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기존 여러 보드 회사들, 특히 올마운틴, 파우더보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스플릿보드 및 바인딩을 출시하고 있다. 보드를 합치고 쪼개는 인터페이스도 몇가지 특화된 회사들이 있는데, 크게는 voile, karakoram, spark 등이 좀 유명한 것 같다. 산을 쉽게 오르기 위해서 새로 데크를 들이는데, 그 데크의 가격이 100만원씩 하고, 바인딩도 일반 바인딩의 두 배 정도 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백컨트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이 회사들 중에 voile은 DIY split kit라는 제품 키트를 판매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일반 보드를 스플릿 보드로 바꿔주는 키트이다. (사실 이거 말고도 많은 공구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반보드를 스플릿 보드로 바꾸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보드를 정확히 반으로 가른다. (!??)

사실 이게 말이 쉽지… 반으로 가른다는게 얼마나 무섭고 위험하고 부정확한 일인지, 머릿속으로도 충분히 상상가능하다. (뭐로 자르지? 어떻게 대고 자르지? 노즈와 테일은 곡면인데..?) 일단 가장 처음 해야하는 작업은 보드의 중심을 측정하여 가운데 라인을 그어주는 작업이다. 중심선을 따라서 보드를 잘라야한다. 여러 클램프와 지그를 이용하여 진행할 수 있다. 해외의 여러 포럼에서는 테이블 원형톱을 강력 추천한다. 직소로 자르는 경우도 있으며, 어느정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정확도가 많이 낮아진다. 테이블 쏘 > 헥 쏘 > 직쏘 > 톱 정도로 정확도가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부모님 집에 있는 헥쏘 (누구나 집에 헥쏘 하나쯤은 있으니깐..?) 를 이용해서 잘랐다. 자르기 전에 생각해볼만한 일은, 보드의 끝에는 엣지가 있다는 점이다. 엣지가 강한힘을 받으면서 튕기면, 노즈의 팁부분이 갈라져버릴 수도 있다. 때문에, 드레멜이나 쇠톱 등으로 미리 엣지가 잘려야하는 부분을 잘라놓는 것이 좋다. 지그를 정확하게 세팅하고, 여러번 점검한 뒤에, 헥쏘를 거침없이 전진시킨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말고. 그러고 나면 약간 부정확하지만 그래도 봐줄만한 스플릿보드 한세트가 나타날 것이다.

지그를 세팅했다. 괜찮을까하는 마음 한켠 불안함도 함께...

나는 원래 No.3 보드를 스플릿으로 만드려고 했었고, 자르기도 했다. 근데 이 보드의 경우 내가 계산을 잘못해서 바인딩 인서트홀이 중심축에서 10mm 정도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었었는데, (사용시에는 바인딩 센터링을 조정하면 되니까 문제가 없었다) 이걸 깜빡하고 바인딩 인서트 홀의 중심을 기준으로 잘랐더니, 짝짝이 스플릿보드가 되었다. 이대로 타도 큰 문제는 없겠으나… 만약 내가 해외원정을 간다면, 나는 제일 최근에 만든 TME2를 가져가고 싶을건데, 그럼 설피를 또 구입해야하는 단점이 발생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한 20분 정도 심사 숙고 하고 dddogguri 님과 깊은 상담을 한 후에, 제일 최근에, 제일 잘만든, TME2 데크를 잘라버렸다...

쪼개버렸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왔음
꺅.


2. 보드에 구멍 뚫기

  다음 작업은 보드에 기트를 설치하기위한 구멍을 가공하는 일이다.

Voile kit 기준으로, 5mm 구멍 12개, 8mm 구멍 18개를 가공해야한다. (정확한 위치에)

나비기리 등을 이용하여 t 너트가 시공 될 단차가공을 베이스에 해주어야한다. (19mm)

t 너트는 가시너트라고도 부르는데, 기존 보드의 인서트홀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구입한 나비기리가 조금 부정확한건지 아니면 내 데크에 쓰인 코어가 너무 약한건지, t너트 를 넣기위한 단면이 매끄럽게 가공되지 못했다. 이게 좀 아쉬운 부분인데, 정확하게 가이드만 잡아놓고 루터 등을 이용해서 좀더 깔끔하게 작업 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3. 스플릿 파츠 설치

  다음으로는 Voile 키트에 포함된 여러 부품을 보드에 설치하는 일이다. 매뉴얼을 보고 차근차근 조립하면 된다. (자전거 조립하는거랑 비슷..) 조립에 대한 내용은 유튜브 등에 이미 잘 설명된것이 많아서 이 글에서는 스킵하겠다.

데크 고정 클립, 보드 바인딩 세팅, 투어링모드 세팅 파츠를 설치하면 된다. 구멍만 잘뚫었으면 쉽고 즐거운 작업이다.


4. 단면 방수 마감, 베이스 T너트 메우기

  마지막으로 남은 단계는 방수 단계이다. 나무 코어가 드러난 보드의 단면에 우레탄 바니쉬 (전문용어로 니스)를 칠하거나 에폭시를 발라주어야한다. 많은 해외포럼에서 니스가 좋다고 주장하기에 이를 따라가볼 생각이다. (에폭시를 작업하는건 사실 너무 고통스럽고 해롭고 힘든 일이다)

또한 바닥이 이미 t너트로 도배가 되어있는데, 이 각부분을 에폭시로 메우거나, 베이스 재료 등으로 덮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멍을 에폭시만으로 커버하는 경우도 있고, 동전처럼 생긴 베이스 재료를 마감재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가공의 편리함을 생각해봤을때 에폭시만으로 작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Voile instruction youtube에서도 에폭시만으로 마감한다.) 나는 일단 에폭시를 부어 베이스평탄을 맞추고, 베이스 리페어 캔들을 이용해서 한번 더 덮어주었다.

베이스보다 살짝 위로 올라오게하고, 나중에 평탄을 맞춰 잘라내야한다.


5. 스킨 세팅

스킨은 기존 제품(G3)을 구입해서 세팅 했다. 역시 기성품을 쓰는 것이 제일 편하고 쉽게 먹힌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본다..허허.

백컨트리닷컴에서 주문햇는데 반품한 제품이 왔다. (세팅한 흔적이 있었음) 클레임을 걸었는데 교환만 해준다고...


6. 완성 및 테스트

완성하면 대충 이런느낌이다. 부분부분 실수한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적당히 잘 완성된 것 같다...

보드 모드. 가운데 두 금속 판넬이 보드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위 아래 클립을 벗기고, 후크를 돌려서 쪼개기. 위의 금속 판넬은 슬라이드해서 뺀다음 투어링 블록에 맞춰 끼운다. 고정은 금속 핀으로.



7. 테스트

태기산에 얼마전 폭설이 왔길래 테스트 겸 가져가서 진행했다. 눈이 많이 오진 않아서 (사실 많이왔는데 다 녹았단다) 제대로는 테스트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휘팍에서 보드모드로 테스트하고 태기산에서 업힐 테스트를 잠깐 진행했다.

세팅중. 세팅은 보드를 쪼개고-> 스킨을 붙이고 -> 폴대를 세팅하고 가방메고 출발!
편한 아스팔트 길을 옆에 두고... 바보인가.
조립해서 라이딩 고고.
전날 휘팍 일반 슬로프에서 라이딩 테스트. 3초 파우더...

생각보다 작동도 잘되고 산도 잘 올라갈 수 있었다. 조립하고 타는 것에도 이상없이 살 되었다. 근데 다만 몇가지 피드백 포인트가 있었는데,


1. 데크의 플렉스의 변화.

일반 보드의 경우, 너비 30cm 정도 되는 판재가 눈 위를 지나간다. 사람의 체중과 속도가 모두 이 보드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플릿보드의 경우, 보드를 결착하는 것은 네 군데의 클립인데, 이 부분은 힘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드의 위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대부분의 힘을 받는 곳은 바인딩 밑에 부착하는 금속 플레이트 부분. (스플릿보드 바인딩의 경우 바인딩 하판. 그래서 금속 재질을 사용한다) 그래서 보드를 자르고 나면, 보드로 합쳐놓았을 때 생각보다 보드가 말랑해진 느낌이다. 50%가 되는건 아니고 한 70% 정도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2. 스플릿 보드의 활용.

생각보다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보드를 쪼개고 스킨을 붙이는 등의 일련의 작업을 하는데 약 5분에서 10분정도 소요되고, 어느정도 올라간 뒤에 다시 스킨을 정리하여 넣는 과정들 역시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만약 백컨트리 일정에서, 파우더 눈 위로 1~2km정도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번 투어 처럼 눈이 별로 없었을 때는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스플릿의 장점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눈이 좀더 오고, 코스를 어느정도 스플릿 세팅으로 완주할 수 있어야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 결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메이킹/사용 경험이었고 유니크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곧 좋은 파우더를 만나서 제대로 슈레딩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반성을 약간 넣어보자면,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처리하는 것이 힘들었다. 굉장히 여러 단계의 복합적인 제작 단계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걸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이 사용되었다. 보드의 제작은 일러스트/캐드를 이용한 설계, 해외직구, 금속 가공, 나무 가공, 플라스틱 가공, 에폭시, 유리섬유를 이용한 진공 성형, 프로파일 설계, 기타 다양한 공구의 사용과 대체제 탐색 등의 여러 프로세스를 거쳤다. 하루죙일 딴생각만 하는 기분이었달까 사장님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뭔가를 만든다면... 


- 좀더 하드한 나무와 세팅을 이용해서 만들어봐야겠다.

- 내가 진행했던 방식 보다 좀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 아예 좀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본다면? (캐피타 스프링브레이크 파우더 버전 처럼)

- 유리섬유랑 그만 놀고 싶다.

- 지금의 스플릿 세팅과 연결되는 스노우슈즈를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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