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먼지가 쌓이지 않는 책장인가 봐요

by 시와 카피 사이

<식구>



일인용 식탁 위에

한 끼 밥을 차린다


할머니가 꽁꽁 싸매주신 양념게장


서울에 들른 아버지가

봉지째 건넨 장어강정


고창에 사는 농부 형님이 보내준

파김치와

교회 동생이 볶은 멸치,

애인이 전해준 연어구이


지난 토요일

양손 가득 빌라 계단을 올라오던

작은 고모의 제육과 김치찌개까지


가깝고 먼 식구들과

홀로 마주앉아

한술 밥 뜨는 저녁


반찬마다 이야기 아닌 게 없다


손길 닿는 곳마다

그립고 아프고 고마운 얼굴들이 다 있었다




자취를 하면 홀로 밥을 먹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냉장고를 열면, 막상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친구와 먹다 남은 배달음식부터

선물 받고 까맣게 잊고 있던 과일

가족들이 보내온 반찬들까지.


하나의 음식마다

한 명의 사람, 한 편의 이야기

한때의 시간과 한 조각 마음이 묻어 있음을 봅니다.


어쩌면 하나의 음식은 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책일지도 몰라요

세상 단 하나뿐인.


그렇게 우리의 냉장고는

하나의 책장이 되어가는 거겠죠


결코 먼지 덮이지 않는.




나는, 당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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