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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an 08. 2020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나에게 던지는 일곱가지 질문.


1. 회사는 나를 잡을 것인가.


회사가,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매니저가 잡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둔다. 


회사가 사람을 잡지 않는 이유는 꽤 여러가지다. 일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겠고, 굳이 잡을 만큼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원래 회사의 기조가 떠난다는 사람을 잡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조직에 미치는 다른 문제가 있거나, 변화보다는 안정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에게 좀더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도 한다.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도 어떤 이유로 헤어진다. 회사와 직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솔직하게 이야기해 달라는 점은 분명히 한다.


깊이 생각하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매니저와 의논한다. 어떤 경우에도 통보하듯 이야기하지 않는다.  


2. 할만큼 했는가.


충분히 노력해도, 지나고 나서 예전 기억들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좀더 했으면.

다르게 풀어갈 수도 있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고,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 때 그만두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꽤 많이 한다. 그래서, 지나고 나서 몇 번이나 되새김질을 하는 성격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만두기 전까지는 몸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 보려고 한다.


할만큼 한 상황이면, 


그만둔다고 이야기했을 때 매니저도 애써 잡는 대신 그동안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3. 재미있나.


일하는 것은 즐겁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찾아보면 꽤 많다.


물론 매순간이 즐거울 수야 없겠지만,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마침내 풀었을 때의 그 느낌은 세상 어떤 드라마보다 심장을 뛰게 한다.


그러나 가끔은 결말이 기대되지 않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을 자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뭔가를 사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한다. 확실하게 쉬거나 확실하게 몸을 혹사한다. 보통 이런 일들은 순간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곧 지루해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났을 때 해결책이 생각날 수도 있고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것을 알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일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4. 성과를 내고 있는가.


노력은 중요하지 않다.


노력이 가치없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냥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노력했다면 결국은 언젠가는 성과로 이어진다.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대로 수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 보다는 '분함'이 아닐까.


노력보다는 성과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성과보다는,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가의 기대치가 더 중요하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고 싶다면 왜 그런가.


오히려 더 고민이 되는 것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경우다.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성과에 대해 인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럴 때의 성과는 회사에 기여한 경우가 많다. 반면, 마음 속으로 느끼고 있는 뭔가 어긋난 것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인가.


꽤 오래 생각을 한다. 어차피 다른 사람은 찾지 못한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6. 다른 회사를 간다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회사를 그만두고, 그만둔 회사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가는 것은 이상하다.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인터뷰는 새로운 회사가 '나'를 탐색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새로운 회사에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 


회사에 들어가서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는 생각보다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황은 바뀌고, 회사는 성장하고, 그 회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변한다. 업무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


7. 떠나기 좋은 때인가.


되도록이면 좋을 때 떠나려고 한다.


문제가 심각할 때에는

그만두는 것보다는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도망가는 것은 버릇이 된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은 해결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길이 생긴다. 그리고 그 일을 마무리하면, 그래서 사람들과 웃으며 '아, 진짜 위험했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 때가 떠나기엔 더 좋다. 


물론 더 즐거운 날이 기대된다면 굳이 떠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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