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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04. 2021

아빠 글씨

글씨가 이쁘다는 소리를 줄곧 듣는 편이다. 그런 칭찬을 들을 때면 어렸을 적 연필 잡는 법부터 알려주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에 젓가락질을 배우는 것처럼 꽤나 열심이었다. 아빠가 점선으로 그려준 글씨를 따라 연습하곤 했는데, 아빠의 가르침 덕인지 지금의 내 글씨가 아빠의 글씨체와 아주 흡사하다.


물론 아빠는 아직까지도 내 글씨체를 보곤 조금 더 이쁘게 쓰라며 잔소리를 하곤 하지만, 아빠 닮아 글씨도 이렇게 쓰는 거야 하고 대꾸하면 아빤 또 그저 웃으시기만 한다. 아마 아빤 내가 글씨 잘 쓴다며 칭찬받는다고 말해도 믿지 않으시겠지.


초등학교 때 교과서를 두꺼운 종이로 감싸 겉표지를 만들어 주시던 아빠의 모습도 떠오른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잔뜩 쌓인 교과서를 한 권씩 표지를 만들어 이쁘게 그위로 과목명도 적어줬는데, 학교 가면 친구들한테 자랑하기에 바빴다.


확실히 지금은 아빠의 글씨를  일이 거의 없다. 가끔 집에서 아빠가 메모해둔 종이를 발견하면 괜히 반갑기도 하다.  책장  아래 서랍엔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써준 편지와 당시 아빠랑 풀밭에서 같이 찾은   클로버를 같이 코팅해 넣어두었는데, 본가에 갈 때면 가끔 꺼내보곤 한다. 그때  시절의 아빠가 써준 말들과 간직하고 싶은 아빠  글씨를 앞으로 몇 번이고 더 꺼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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