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가 이쁘다는 소리를 줄곧 듣는 편이다. 그런 칭찬을 들을 때면 어렸을 적 연필 잡는 법부터 알려주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에 젓가락질을 배우는 것처럼 꽤나 열심이었다. 아빠가 점선으로 그려준 글씨를 따라 연습하곤 했는데, 아빠의 가르침 덕인지 지금의 내 글씨가 아빠의 글씨체와 아주 흡사하다.
물론 아빠는 아직까지도 내 글씨체를 보곤 조금 더 이쁘게 쓰라며 잔소리를 하곤 하지만, 아빠 닮아 글씨도 이렇게 쓰는 거야 하고 대꾸하면 아빤 또 그저 웃으시기만 한다. 아마 아빤 내가 글씨 잘 쓴다며 칭찬받는다고 말해도 믿지 않으시겠지.
초등학교 때 교과서를 두꺼운 종이로 감싸 겉표지를 만들어 주시던 아빠의 모습도 떠오른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잔뜩 쌓인 교과서를 한 권씩 표지를 만들어 이쁘게 그위로 과목명도 적어줬는데, 학교 가면 친구들한테 자랑하기에 바빴다.
확실히 지금은 아빠의 글씨를 볼 일이 거의 없다. 가끔 집에서 아빠가 메모해둔 종이를 발견하면 괜히 반갑기도 하다. 내 책장 맨 아래 서랍엔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써준 편지와 당시 아빠랑 풀밭에서 같이 찾은 네 잎 클로버를 같이 코팅해 넣어두었는데, 본가에 갈 때면 가끔 꺼내보곤 한다. 그때 그 시절의 아빠가 써준 말들과 간직하고 싶은 아빠 손 글씨를 앞으로 몇 번이고 더 꺼내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