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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05. 2021

회사 가기 싫어

한 번도 직장인처럼 평일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일상을 꿈꿔본 적이 없다. 평생 자유롭게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싶었다. 내 한 번뿐인 인생, 욜로를 모토 삼아 후회 없이 즐기고만 싶었다.


그랬던 내가 부지런히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한다. 익숙함과 강박이 몸을 지배해 아침  시간만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 시간이나 걸리는 출근길 지하철은 역시나 붐빈다. 눈에 불을 켜고 빈자리를 찾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 크게 기대는  한다.


점심시간만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그 잠깐의 자유시간에 밖으로 나가 숨을 돌린다. 그리곤 아직 한참남은 퇴근을 간절히 소망한다. 이렇게 직장인으로서 지낸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만은 다니고 싶지 않아 하던 내가 정착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코로나 탓에 하고 싶은 것들이 다 제한되고, 계획해 놓은 것들이 다 취소되는 바람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할 바에야 그 시간에 돈이라도 벌자고 생각했고, 이젠 취직뿐이었다.


지금 이 생활이 확실히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나, 이전만큼 삶의 활력이나 원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월급 받는 건 좋은데, 자유롭게 여행 조차 못한다는 사실에 기운이 빠진다. 회사에 다녀오면 하루가 다 끝나가고, 주말은 또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속상할 따름이다. 아, 회사 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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