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쯤이었던 것 같다. 두통이 심해서 타이레놀과 덱시부펜 진통제를 번갈아 먹으며 통증을 버티던 게.
예전부터도 두통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 두통은 기본이고, 스트레스 받으면 허리를 못 펼 정도의 위염이 같이 오기도 한다. 거의 내과에 가서 수액을 맞거나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며칠은 괜찮다.
작년 봄 즈음, 어떤 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던 어느 날 아침 머리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두근두근거리는 느낌이 나면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난 급하게 휴가를 내고 신경외과를 찾아갔다. 내과에서 진통제가 안 들으면 검사를 해보는 게 빠르다고 했었고 난 그날 평소와 다른 통증에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신경외과로 향했다.
"머리가 두근두근거려요. 계속 약을 먹었었는데 나아지지 않아요."
신경외과에 가서 나의 증상을 얘기하며 울먹거렸다. 나는 무서웠다. 병원으로 가면서 나의 상상은 이미 뇌에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는 곳까지 가 있었다. 하지만 의사는 울먹거리는 나를 보며 웃었다.
"편두통입니다."
"네?"
"검사는 해보겠지만,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사실에서 몇 가지 검사를 하는 동안에도 검사하는 직원을 보는 나의 눈빛은 불안했다. 검사해주는 직원들은 나를 달래며 검사를 진행했다.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다시 진료실에서 의사를 만나고 의사가 결과를 말하기까지 그 몇 초가 길게 느껴졌다.
"편두통입니다. 편두통은 그냥 진통제로는 안되고, 약을 처방해드릴 테니 하루 하나 드세요."
편두통이라니. 이름은 들어봤지만, 이런 고통을 주는 두통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약국에 가서 편두통약을 받자마자 먹었다. 그리고 20분 뒤 나는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편두통의 원인은 많지만, 알 수는 없었다.
나는 IT 일을 하면서 컴퓨터를 8시간 넘게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글을 쓰기 위해 또 컴퓨터를 한다. 거북목에 목디스크는 기본이다. 나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처음에는 의자에 기대어 있던 자세가 어느새 보면 모니터쪽으로 목만 쑤욱 나와있다. 다시 깨닫고 자세를 바로 해보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목을 교정하는 교정기도 써봤지만, 일하는데 방해가 되어 포기했다.
편두통은 시도때도 없이 날 괴롭혔다. 그리고 편두통이 괜찮아지고는 가끔 두통약을 먹으며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시 두통이 심해져서 이번에는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목과 어깨의 통증이 두통과 안와통증으로 이어졌고 결국 신경차단술이니 도수치료니 하는 것들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1~2주 잠시 통증만 줄여놓을 뿐,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니 수시로 통증이 올라왔다.
얼마 전 통증의학과를 다시 찾은 의사가 나에게 말했다.
"커피 많이 드세요?"
"아니요. 커피 끊었는데..."
"그럼 밀가루 많이 드시나요?"
"......네."
"먹는 게 두통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밀가루를 한번 끊어보시죠."
"네?"
금주에 커피도 끊었는데 밀가루도 끊으라니. 삶의 낙이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회사를 끊을 수는 없으니 결국 밀가루를 줄여보면서 두통의 주기를 살피는 게 최선이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다.
난 이제 밀가루도 줄여보려고 한다. 다른 삶의 낙을 찾아봐야겠지.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뭐, 안 되는 것도 딱히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