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태어난다면
상록수가 되고 싶다
때가 되면 화려하게 꽃피우는 꽃나무 보다는
늘 변함없이 푸르른 상록수가 되고 싶다
꽃이 필 때의 아름다움만큼
꽃이 질 때의 처연함이 없는
상록수가 되고 싶다
나비와 벌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이름 모를 새들이 사시사철 날아드는
품이 넓은 상록수가 되고 싶다
누가 알아주지 아니해도
같은 자리에서 넉넉한 그늘을 내어주는
상록수가 되고 싶다
강렬하지만 찰나처럼 짧은 아름다움이 아닌
세월에 따라 길고 깊게 푸르름을 더하는
상록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