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번여사 May 04. 2023

우동현 왔으니 우동 투어!

다카마쓰 우동은 그냥 다 미쳤다

다카마쓰에 도착한 날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얼마나 우동이 유명하면 카가와 현이라는 이름보다 우동현으로 더 유명해졌을까! 그래 무조건 우동이다. 더군다나 다카마쓰 이 작은 시에 우동가게만 수백 개에 달한다니 더더욱 우동이 먹어 보고 싶어졌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국준비했던 터라 피로가 몰려와 호텔에서 좀 쉬다 나와보니 시간이 벌써 오후 8시가 넘어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저녁 시간이 제법 지난 때라 다들 문을 닫는 모습들에 화들짝 놀랐다. 이러다 저녁을 못 먹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아니지 편의점은 어딜 가나 열러 있을 테니 굶을 일은 없다. 그래도 저녁을 편의점에서 사 먹긴 싫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바로 검색 들어간다. 주변에 운영 중인 우동집을 찾는다. 평점을 확인한다. 리뷰들까지 확인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으니 늦은 시간도 영업 중이고 평점도 그럭저럭 괜찮은 우동 가게를 찾았다.


늦은 시간에도 문을 열어 반가이 맞아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들어서니 나는 누군진 알 수 없지만 분명 유명인들일 것이다. 그들의 싸인들이 온 벽면에 가득 붙어있는 집이다. 아마도 잘 먹고 갑니다. 여기 우동 맛있어요 같은 말들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안내받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왠지 없던 기대감이 조금 더 피어오른다. 무얼 시킬까 어떻게 시킬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미 구글에서 검색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친절한 인류들이 이미 알려 준 리뷰 속 맛있어 보이는 싶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거 달라고 할 거니까. 그렇게 해서 주문한 우동은 면과 튀김이 대나무 소반에 담겨 있고 찍어 먹는 소스가 따로 나오는 우동이었다. 튀김은 모양이 닭튀김인 줄 알았는데 기다란 오징어 튀김이 나왔다. 노안으로 인한 또 하나의 실패 사례인가 싶어 살짝 당황했으나 그거나 저거나 나에겐 아무런 문제 되지 않는다. 바로 튀겨져 나오는 튀김인데 뭔들 맛이 없겠는가. 땡큐라고 말하며 공손하게 받았다.


우동을 한 젓가락 집어 소스에 찍어 먹는다. 와아!!!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이 우동면 왜 이래?라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면이 거짓말 좀 많이 보텐 다면 안 씹혀! 아무리 씹어도 씹어도 고무줄처럼 쫄깃해. 내가 지금껏 먹은 우동은 뭔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우동 면이 그냥 미쳤다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 그 쫄깃함에 끊임없이 감탄하며 너무도 맛있게 우동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더군다나 바로 튀겨져 나온 튀김과 함께라니 말해 뭐 해?


1월에 도쿄에서 먹었던 유명한 우동집 면도 정말 맛있다 감탄하며 먹었는데 이건 비교도 할 수 없다. 그 쫄깃함과 고소함의 차이가 크게 났다. 나는 우리가 먹는 쌀도 다 똑같은 쌀이 아니어서 어떤 쌀은 기가 막힌 밥맛을 자랑하고 어떤 쌀은 형편없는 밥맛을 내주는 것처럼 밀도 그렇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밀가루의 차이보다 어떻게 반죽하느냐의 차이라고 해서 감탄과 경이로움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하여튼 다카마쓰에 와서 처음 먹은 이 우동 때문에 나는 향후 우동을 도대체 몇 그릇 먹고 가게 됐는지? 우동을 진심으로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었는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우동을 먹은 것도 신기하고 그것을 연속으로 많이 먹은 것도 어메이징 한, 그야말로 우동 사건이 나에게 벌어졌다. 다음날도 우동을 또 먹으러 갔다는 것 아닌가. 어제의 그 집이 특별해서 그런 건지 아닌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주변의 또 다른 우동 맛집들을 찾았다. 그중 한 집은 점심시간 고작 몇 시간밖에 운영을 하지 않는단다. 그렇기 때문에 먹으려면 꼭 점심을 먹어야 하니 아침을 먹지 않는 나에게는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우동을 두 끼째 먹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줄을 많이 선다는 제보에 의해 일찍 가야 한다. 도대체 우동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줄까지 저렇게 서서 낮동안 몇 시간 안에 먹으러 간단 말인가? 나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는 호기심 때문에 당장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찾아갔더니, 놀래라. 점심시간도 전인데 벌써 줄이 서 있다. 다행히 포기할 만큼의 줄은 아니니 모르는 척 가서 줄을 선다.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다. 우동집들이 다들 그랬다. 우동 한 그릇 뚝딱 해 치우는 식사라 사람들이 테이블에 오래 앉아 있지는 않았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그렇게 쉽게 뚝딱 안 먹어지던데 일본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 쫄깃한 우동 면을 후루룩 후루룩 소리 내며 우리나라 국수 흡입하듯 먹는 걸 보고 속으로 좀 놀라기도 했다.


여기서도 역시나 구글에서 본 우동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다. 말이 통하던 안 통하던 참으로 편한 세상 아닌가. 전 세계 어딜 여행하던 여행하기 아무런 일도 없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그렇게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는데 아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하와이 노래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하와이의 가장 사랑받았던 뮤지션, 이즈의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와이도 아닌데 일본의 작은 도시 작은 우동가게안에서 하와이 노래들을 계속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더군다나 나오는 노래마다 내가 아는 노래가 대부분이라 내가 진짜 하와이 노래를 많이 아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가게는 너무나 맛있어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한 번 더 가서 먹은 집인데 그때도 하와이 노래가 계속 흘러나와서 가게 주인이 하와이 사람인가? 하와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하는 궁금증이 올라왔었다. 그러나 평소 나 같으면 물어보고도 남을 법한데 여긴 물어보기가 쉽지 않았다. 손님이 끊임없이 줄 서있고 다들 일하느라 바쁜데 주문에 관련된 질문도 아닌 한가하기 짝이 없는, 너 하와이 사람이냐, 왜 하와이 음악을 이렇게 틀어놓느냐 따위를 물어보기가 좀 민망하게 느껴져서 말이다. 그래서 그냥 하와이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이겠거니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집에서 먹은 우동은 생애 가장 맛있는 우동으로 등극되었다. 다른 더 맛있는 우동집들이 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로도 시코쿠 여행 중 먹은 우동들 모두 포함해 내가 먹어본 우동중에서 이 집이 가장 맛있었다. 어쩌면 내 입맛에 제일 맞았을지도 모르고. 하여튼 현재 일등 기록 보유 중이다. 다음에 다카마쓰를 다시 간다면 이 집은 무조건 제일 먼저 갈 집이다. 그렇게 맛있는 우동을 먹고 그 뒤에도 여러 집 우동들을 먹으며 카가와 현을 우동현으로 부르는 것에 나도 맞아맞아하며 지지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이전 03화 다카마쓰 첫 버스킹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