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케팅, 왜 자꾸 '정답'을 말하려 할까?

이현승의 마케팅 인사이트 ep.13

by 이현승


병원 마케팅을 오래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진심인데, 왜 잘 안될까요?"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본질을 건드립니다. 많은 병원이 착각하고 있는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잘하면 언젠간 알아주겠지'라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마케팅은 실력의 영역이 아니라, 설계의 영역입니다.



요즘 소비자는 '정답'보다 '태도'를 봅니다


요즘 소비자는 누가 더 옳은 말을 하느냐보다 누가 더 내 편 같은 말을 하느냐를 봅니다.


"정확한 진단, 정밀한 치료"보다 "이 환자에게 왜 이 설명을 했는가"가 중요합니다. 같은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말하는 방식, 목소리의 결, 그리고 배경이 메시지의 설득력을 나눠 가집니다.


환자들은 더 이상 의료진의 일방적인 설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파트너를 원합니다. 이런 변화는 특히 MZ세대 환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의료진이 아무리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완벽한 치료 계획을 세워도, 환자가 "이 의사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면 그 모든 노력은 반감됩니다. 반대로 진료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환자가 "이 의사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느끼면 그 관계는 지속됩니다.



실패를 보여주는 브랜드는 신뢰를 얻습니다


호주의 한 맥주 브랜드는 완벽한 에일 맥주를 만들기 위해 거쳐간 27번의 실패작에 '거절된 맥주'라는 이름을 붙여 한정판으로 출시했습니다. 이 컬렉션은 브랜드 철학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되었고, 오히려 실제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완벽합니다"라는 말보다 "이런 과정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더 신뢰를 줍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병원 브랜딩 사례들을 보면, 완벽함을 강조하기보다는 과정에서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소아과는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17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한 주사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정형외과는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멘탈 케어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과정을 설계하는 병원은, 결국 관계도 설계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단순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는 깊은 신뢰로 이어집니다.



위기를 인정한 브랜드가 더 오래갑니다


2018년, KFC는 유통 문제로 인해 매장 대부분이 일시 폐쇄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때 KFC는 브랜드명을 일부러 'FCK'라고 비틀어 사과와 동시에 브랜드 유머를 담은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물론, 그 상황을 가볍게 풀어낸 태도가 소비자의 여론을 뒤집었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지한 설명만 반복하는 병원보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한마디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콘텐츠의 힘은 정보보다 태도에서 나옵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실수나 위기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투명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예약 시스템 오류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면, 단순히 "시스템을 개선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저희도 이런 불편함을 겪으실 때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이해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꼼꼼히 점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지금은 '선택의 이유'를 말해야 할 때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는 점점 '덜 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명품 시장에서도 'No Buy'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으며, 중고 패션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이걸 선택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비 흐름입니다.


이건 병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병원이 뭐가 뛰어난가?"보다 "왜 이 병원을 선택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병원이 브랜드를 갖게 됩니다.


환자들은 이제 단순히 가까운 병원, 유명한 병원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병원,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병원을 선택합니다. 이런 변화는 특히 선택적 의료 서비스(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성공적인 병원들은 단순히 "최고의 의료진, 최신 장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의료 철학", "환자를 대하는 우리만의 방식"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엉뚱한 기획도 전략이 됩니다


유튜브 채널 '정서불안한 햄스터'는 직장인 캐릭터 하나로 수십만 구독자를 만들어냈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했고, 설정은 이상했지만 그 안에 감정이 있었고, 세계관이 있었습니다.


브랜드는 복잡해야 오래가는 게 아닙니다. 핵심이 명확한 콘텐츠는 구조가 단순해도 강합니다.


병원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고 무난한 설명보다, 짧고 날카로운 진심이 사람을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아과는 "아이가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게 하는 7가지 방법"이라는 복잡한 콘텐츠 대신, "울지 마, 괜찮아"라는 단순한 메시지로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다른 정신과는 "마음의 감기도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한 줄로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꿨습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복잡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명확한 메시지가 더 강력한 임팩트를 만들어냅니다.



콘텐츠는 포장보다 정렬입니다


병원 콘텐츠는 '잘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 언어를 정렬하는 일입니다.


요즘은 말 잘하는 병원이 아니라, 말이 닿는 병원이 선택받는 시대입니다.


홈페이지, SNS, 진료실 대화까지. 모든 접점에서 동일한 메시지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정렬'입니다.


환자들은 일관된 경험을 할 때 비로소 그 병원을 신뢰합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넘어서는 브랜드 로열티로 이어집니다.


결국 병원 마케팅의 핵심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에 있습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의료진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진심 어린 소통에서 시작됩니다.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그건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어디부터 어긋난 건지, 제가 직접 진단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액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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