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의 온도, 동행의 의미
혼자 걷는 게 익숙했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그 자유로움 속엔 묘한 고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고요가 오래되면
어쩐지 마음이 텅 비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날도 혼자 걷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바람이 살짝 불던 오후였다.
늘 가던 길이었는데,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산책 갈래요?”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들렸다.
별 의미 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날따라 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었다.
햇살은 부드럽게 비췄고,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발소리 두 개가 나란히 이어졌다.
그 리듬이 묘하게 안정감을 줬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일이었다.
함께 걷는다는 건
속도를 맞춘다는 뜻일까,
아니면 마음을 맞춘다는 뜻일까.
가끔 동료의 걸음이 빨라지면
나는 조금 발을 재촉했다.
내가 멈추면, 그도 속도를 늦췄다.
그 미세한 호흡의 교환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말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
이런 리듬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며 하늘을 봤다.
햇살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고,
강물 위엔 빛의 잔물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장면이 잠시 말을 멈추게 했다.
“저기 봐요.”
그가 가리킨 하늘 위로
새 한 마리가 천천히 날아갔다.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참 좋다.’
그 짧은 감정이 공기 속에 머물렀다.
함께 걷는다고 해서
언제나 같은 속도를 내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조금 앞서고,
다른 누군가는 뒤에서 따라간다.
중요한 건,
그 둘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의 산책은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
동료가 말했다.
“이 길, 참 좋네요.”
나는 조용히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가끔은 혼자보다는 함께 걷는 게 좋네요.”
말은 짧았지만,
그 한 문장이 하루를 가볍게 만들었다.
퇴근 후에도 그 길을 다시 걸었다.
이번엔 혼자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다.
낮에 나란히 걷던 그 발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혼자 걷지만,
함께 걸었던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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