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가정의 아이마다 학습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아마 다 다를 것이다. 우리 첫째 아이 같은 경우에는 글쓰기를 좀 힘들어했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나는 어쨌든 내 선에서 아이의 글쓰기를 지도해야 하는데 내가 그런 지도를 받아 본 적이 없으니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너무나도 막막했다. 해서 서점도 가고, 동네 도서관도 다니며 우리 아이의 글쓰기를 지도할 수 있는 책들을 찾았다. 다행히 요즘 교육 트렌드가 '문해력'이다 보니 글쓰기나 책 읽기 지도에 대한 책은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활용도가 높은 책은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윤희솔'이라는 책이다. 윤희솔 작가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자녀들도 초등학생이라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들을 알려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지금도 계속 활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아홉 살 마음사전'으로 '하루 세 줄 글 쓰기'와 '습관달력 만들기'이다. 두 가지 모두 나와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대로 살짝 변형해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두 아이들이 내가 시키지도 않은 그날의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고, 어떤 날은 스스로 계획을 짜고 계획대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기적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키지도 않은 공부를 하고 있다니. 두둔.
이러한 기적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보상과 칭찬'이다. 비결이 너무나도 시시해서 '에이-'라고 말할 테지만, 사실 그렇다. 공부는, 편법이 없다. '보상과 칭찬', 그리고 '예습과 복습'이 최고다.
보상과 칭찬을 시도하지 않았던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했던 부모 역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처음에 열정 넘치게 보상과 칭찬을 주다가 금세 시들어버렸다. 그렇게 소위 당근과 채찍이라고도 말하는 이 방법을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이라는 책을 보고 난 뒤 다시금 떠올렸고,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10월 18일 현재 45일(주말 빼고 월~금 5일 X 9주) 동안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에게-'라고 말할 테지만, 이번엔 감이 다르다. 우리 집에 이 방식이 정확하게 체계화가 된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우리는 이렇게 활용하고 있다.
1.'아홉 살 마음사전'으로 하루 세 줄 글쓰기
'아홉 살 마음사전'이라는 책은 2학년 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책이다. 스토리가 있는 책은 아니고, 말 그대로 사전처럼 각 마음에 대한 사전적 의미와 예시들을 보여준다.
9살 마음사전 페이지 구성
이렇게 귀여운 일러스트가 함께 들어가 있고 글자도 많지 않아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가나다 순으로 총 80개의 마음 표현 단어들이 나오는데, 각 단어를 사용해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세 줄 정도로 써 보는 것이다. 윤희솔 선생님께서는 10칸 노트에 '단어'를 적고, '사전적 뜻'을 적고, '표현을 활용할 만한 상황'을 적게 한 후에 나의 이야기를 쓰게끔 하셨는데, 우리 아이들은 쓰기를 너무 힘들어해서 책에 나와 있는 '표현을 활용할 만한 상황'은 쓰지 않게 했다.
이 활동의 장점은 '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인데, 일기와는 다르게 부담이 덜 해 보였다. 이 활동이 조금 익숙해질 때쯤 첫째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일기도 같다, 그날 있었던 너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쓰면 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해줬더니 일기를 쓸 때 부담을 확실히 덜어낸 듯 보였다.
2. 습관 달력 만들기
이 활동은 분명히 내가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비스무리하게 시도해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때는 딱 3주 만에 실패했었다. 왜 그때는 실패하고 지금은 가만히 놔둬도 굴러가는 태엽처럼 매일매일 잘 굴러가는 것일까.
우선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은 이렇다.
1. 주간 캘린더 준비하기
일단 습관 달력의 주기를 일주일 단위로 짧게 잡기로 했다. 윤희솔 선생님께서도 처음엔 일주일, 그다음엔 이주일 이렇게 늘려가라고 하셨는데 나는 늘려갈 엄두는 나지 않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고, 일주일 단위가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달리는데 적당한 기간인 듯했다.
2. 각자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정한다.
-첫째: 첫째는 일주일에 숙제로 독서록 세 편, 일기 두 편을 써야 해서 그 숙제 포함 본인이 더 공부해보고 싶은 과목을 얘기해보라고 했더니 평소에 내가 한자에 대한 니즈를 많이 심어 놓은 상태라 한자 공부와 영어, 수학을 추가하고 기존에 하던 '마음사전 세 줄 글쓰기'까지 하기로 했다. (총 여섯 개)
-둘째: 사실 둘째에게는 벌써부터 이렇게 시키고 싶지 않은데(실제로 첫째 때는 어린이집에서 내주는 일기 숙제 말고는 한 번도 공부를 시킨 적이 없다.), '오빠만'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욕심 많은 둘째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원했고, 수학, 영어, 한자, 독해, 마음사전 세 줄 글쓰기, 이렇게 다섯 과목을 하고 싶다고 했다.
3. 하루에 세 과목씩 배정하기
이것 역시 아이에게 직접 하게끔 시킨다. 부모가 지시하는 형태가 아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정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키포인트다. "너 이거 해, 이거 해."가 아니라, "나 이 날은 이거 할래, 이거 할래." 하며 아이가 들떠 있어야 한다.
4. 그 주에 보상 정하기
책에서는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걸로, 주말에 게임을 한 시간 시켜준다거나 TV를 보게 해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상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이미 우리 집은 하루에 30분씩 게임시간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보상으로 다가올 만큼의 일이 아니었다. 이 보상 역시 아이들과 상의하여 결정하면 좋다. 좀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첫째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아주 아기 때부터 공룡이나 변신 로봇으로 단 한 번도 갈아타지 않고 토미카, 핫 휠 외길인생이다. 자동차와 가장 흡사하게 생겨서 좋다고 한다. 여하튼 이 활동을 시작한 첫 주에 첫째 아이는 토미카를 보상으로 원했고, 둘째 아이는 요즘 핫한 팝잇을 원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누구는 8,900원짜리를 사고 누구는 4천 원짜리를 사게 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이제는 일주일에 현금 만원을 용돈으로 주기로 했다. 조금 많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용돈은 4개월 뒤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초등 1학년 경제교육을 시작할 나이-바바라 케틀 뢰머'에 나온 대로 용돈관리를 하게 해 주는 걸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예정이다.
5. 주의할 점
잔소리하지 말기.
"너 이거 안 할 거야?? 이거 안 하면 보상 없어!!"
라는 협박식의 말투는 절대 하지 않았다. 정말 독이다. 이 아이의 공부를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다면 인내심을 기르자. 우리 아이들도 중간에 한 번 씩 "너무 힘들어."라든지 "나 이번 주는 보상 안 받을래."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동공에 지진이 났지만 애써 침착하며 "그래~ 그렇구나"하고 공감해주었다. 솔직히 공부가 힘들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공감의 한마디를 해 준 뒤에 응원과 격려, 그리고 칭찬을 해 주었다.
마지막 5번이 바로 작년과 올해의 차이점이다. 작년엔 무지 짜증 냈다. 화도 냈다. 하지 말라며 공책을 집어던진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단 한 번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물론 칭찬은 잘못하면 독이 된다. 육아서 깨나 읽어 본 부모님들은 잘 알 것이다. 칭찬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무조건 "내 새끼 내 새끼 잘한다"가 아니라, 어떤 어떤 점이 참 놀랍더라, 대단하더라, 잘하더라고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